“방학이 너무 짧아요~”학생들이 볼멘소리를 한다. 방학이니 맹탕 놀지만 말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부족한 과목 공부도 좀 하라고 아들 녀석에게 늘어놓으니 이 녀석도 같은 소리를 한다. 어느새 한해도 중반을 훌쩍 뛰어넘은 8월도 열흘이 지났으니 다음 주면 개학!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방학이 지나가고 있다. 주5일제의 영행도 있지만 좀 짧긴 하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한 학기를 마무리 하는 7월 후반에 잠시 긴장을 늦추고 숨 고르기를 하면 7월이 서둘러 도망가 버리고 보충 수업이다 방과 후 수업 1~2주가량. 어찌어찌 더위와 싸우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학이 일주일 남은 거다. 이쯤 되면 애초 계획을 반도 실행하지 못한 채 뭔가 패배자 같은 기분에 몰려 애꿎은 아이들만 닦달하는 것이다. 언뜻 나의 유년시절 방학을 떠올려 본다. 그 당시는 실험 관찰 중심이던 탐구생활 한권과 일기, 미술숙제 한 가지 정도였다. 식물채집이나 곤충채집을 핑계로 친구들과 삼삼오오 무리지어 동네 뒷산이나 개울을 헤집고 다니며 놀았다. 무더운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고기나 가재를 잡고 헤엄치다 힘들면 따끈한 바위위에 드러누워 몸을 말리고 또 물놀이... 그러다 보면 해가 몽실몽실 기울어 배가 고파지면 집으로 향했다. 겨울에도 아무리 바깥 공기가 드세어도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썰매를 직접 만들어 얼음을 지치며 노는 게 일상이었다. 흙, 벌레, 돌, 풀꽃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장난감이자 친구였다. 그러면서 깜냥대로 할 만큼 해서 집에 놀러 가보면 늘 납땜기로 무엇인가를 만들던 동기 녀석을 훌륭한 치의학 박사가 되었고,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뛰어났던 친구 중에는 조리사나 기술자가 된 친구도 많다. 갑자기 요즘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수의 초등학생들의 손에는 딱지나 구슬 대신 납작한 전자 쇠붙이가 들려져 있다. 마치 ‘이 손안에 다 있소이다’ 하는 듯 한 그 능력자 쇠붙이와 종일 교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슬프다. 이러한 요즘 아이들에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할 구 있는 방학을 허락하는 것은 사치일까? 경쟁시대에 반하는 순진한 생각일까?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나 역시 늘상 ‘뭘 해야 재미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떻게 가르쳐야 공부를 잘 할까?’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하다못해 책 한 권을 읽어주다가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자꾸 아이에게 설명하게 된다. 헬렌켈러가 육체적으로 고단한 삶 속에서도 독서를 통해 얻은 정신의 풍요로움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영감을 얻었으면, 그 영감을 통해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과학자 뉴턴도 도시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다가 병을 얻어 고향에서 푹 쉬던 중 사과나무 아래에 누워있다가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 하였다. 이렇듯 정신의 풍요와 훌륭한 업적도 결국은 휴식에서 탄생하게 된다. 어른이나 아이나 휴식은 참 중요하다. 2014년 시작부터 숨 가쁘게 뛰어온 우리. 8월이야말로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다. 풍요로운 가을이 저만치 배웅 나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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