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 해방 이후, 그리고 지금에 이러기까지 근 80년 함양체육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함양군체육사’가 발간된다. 어려운 시기 함양체육을 이끌었던 체육 1세대부터 시작해, 각 종목별 태동과 영광의 순간들까지 다양한 기록들이 모여 한권의 책으로 엮이는 것이다. 함양군체육사 발간에 가장 기여하는 이는 함양체육의 산 증인인 양갑용(82) 함양군체육사 편찬위원장이다. 체육사는 양 위원장의 머릿속에 남은 기억들과 수많은 고증을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
양갑용 위원장은 “더 늦어지기 전에 언젠가는 반드시 시작해야 할 사업을 지금이나마 첫 단추를 꿸 수 있어 다행입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작 고마워해야 할 이들은 현재의 주류 체육인들일 것인데 도리어 고맙다는 말로 서두르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또 “체육회 후배들이 모여서 체육사를 발간했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제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함양 체육의 산 증인이다. 그는 체육회 곳곳에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다. 총무를 거쳐 이사와 감사 직책을 10년 넘게 맡았다. 스스로도 옛 함양체육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61년 10월 함양군체육회가 정식 발족한 이후 초대 총무를 맡았다. 당시 나이 29세. 그리고 이듬해 처음으로 열린 제1회 경남도민체육대회에 당당하게 입성한다. 당시만 해도 인구 10만이 넘어가는 비교적 규모가 큰 도시였던 함양은 첫 도체에서 축구 단일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유니폼이 없어 하얀 티셔츠에 노란물을 들이고, 달력을 오려 등번호를 붙였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함양 체육의 저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우승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우승 소식을 듣고 대대적인 환영 카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함양이 축제의 도가니가 되기도 했다” 아직도 그 당시의 기쁨이 전해지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양갑용 위원장. 그는 “지난 1930년대부터 평양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축구선수 2명이 함양에 교사로 내려와 축구를 보급한 이후 영호남을 대표하는 축구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함양 축구의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췄다.
함양군체육사는 일제강점기(일제시대)부터 기록되어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의 역사가 기록되는 것이다. 그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 함양체육 1~2세대 분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인해 작고하신 분들이 많아 양갑용 위원장을 중심으로 함양군체육사 편찬위원회가 꾸려졌다. “1세대 원로 체육 선배들이 대부분 돌아가시고 그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 거의 없어 서둘러 자료를 수집하고 역사를 완성해야 합니다.” 양갑용 위원장으로서는 서두를 수 밖에 없다. 2년 전에는 함양체육의 원로 우두영씨가 작고하면서 당시를 기억하는 원로들이 떠나기 전에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함양군체육사는 연말까지 자료수집 이후 내년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비롯해 그동안 수많은 역사의 굴곡 속에서 꿋꿋하게 함양체육을 지키고 육성시킨 이들의 자료를 모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함양체육의 역사적인 순간들, 도민체전 축구 우승을 비롯한 함양체육인들의 영광적인 순간들에 대한 기록을 구하는 일은 싶지 않다. “신문에 광고도 내고 여러 어르신들의 후손들을 만나 자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작은 자료라도 좋으니 아버지, 할아버지의 기록들을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체육사 발간을 위해 함양체육과 관련된 기념물품이나 사진자료, 사연, 일화, 기록물, 소장품, 사담까지 수집한다. 접수된 사진자료나 기록물의 경우 기록을 남긴 후 소유자에게 반환하게 된다.
체육사 발간을 조금 더 서두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생존한 체육원로들이 많이 없어 고증과 기억들을 제대로 이뤄낼 수 없다는 아쉬움이다. 양갑용 위원장은 “저의 기억을 토대로 작성하다 보면 편견이나 실수가 나올 수도 있어 엄청나게 힘든 작업입니다. 군민이나 체육인들로부터 원성을 듣지 않게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저기 자료를 수소문해 옛 자료들이 모이면 그것을 분류하고 차곡차곡 보관한다. 모두가 소중한 옛 자료들로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옛 영광속의 빛바랜 사진들과 기록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양갑용 위원장은 “함양체육사 발간은 향토 체육사에 대한 재정립을 통해 미래 함양 체육이 역동적으로 한껏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자신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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