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監 廉義篇(명심보감 염의편)
2. 홍기섭(洪夔燮)이 젊었을 때 가난함이 심하여 말로 할 수 없더니 어느 날 아침에 어린 계집종이 기뻐 날뛰며 돈 일곱 냥을 바쳐왔다. “이것이 솥 속에 있었사온데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바리입니다. 이것은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공이 놀라서 말하기를 “이게 무슨 돈인고?” 하며 곧 돈 잃은 사람은 찾아가라는 글을 써서 대문 위에 붙이고 기다렸다.이윽고 성이 유(劉)라는 사람이 찾아와 글 뜻을 물었다. 공은 하나도 남김없이 그 사실을 말하자 유씨가 말하기를 “남의 솥 속에다 돈 잃을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주신 것인데 왜 가지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다.공이 말하였다. “제 물건이 아닌데 어찌 가진단 말입니까?” 유씨가 꿇어 엎드려 말하였다. “소인이 어제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공의 집안 형편이 매우 쓸쓸함을 도리어 가엽게 여기어 이것을 놓고 돌아갔습니다. 이제 공의 마음이 높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음을 보고 감복해서 양심이 움직여 다시는 도둑질을 않기로 맹세하오며 공을 항상 모시기를 원하오니 걱정마시고 받아 주십시오.”공이 돈을 돌려주며 “당신이 좋은 사람 된 일은 좋지만 돈은 가질 수 없습니다.”하며 끝내 받지 않았다. 후에 공은 판서가 되었고 아들 재용은 현종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씨의 집안도 신임을 얻어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원문原文>洪夔燮(홍기섭)이 少貧甚無料(소빈심무료)려나 一日早(일일조)에 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비아용약헌칠량전왈차재정중)하니 米可數石(미가수석)이요 柴可數駄(시가수태) 天賜(천사)니다. (공)公이 驚曰是何金(경왈시하금)고 卽書失金人推去等字(즉서실금인추거등자)하야 付之門楣而待(부지문미이대)러니 俄而姓劉者來問書意(아이성유자재문서의)어늘 公(공)이 悉言之(실언지)한대 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유왈이무실금어인지정내)하니 果天賜也(과천사야)라 盍取之(합취지)오 公(공)이 曰非吾物(왈비오물)에 何(하)오 劉(유)가 俯伏曰小的(부복왈소적)이 昨夜(작야)에 爲窃鼎來(위절정래)라가 還燐家勢蕭條而施之(환련가세소조이시지)러니 今感公之廉价(금감공지염개)하고 良心自發(양심자발)하여 誓不更盜(서불갱도)하고 願欲常侍(원욕상시)하나니 勿慮取之(물려취지)하소서. 公(공)이 卽還金曰汝之爲良則善矣(즉환금왈여지위양즉선의)나 金不可取(금불가취)라 하고 終不受(종불수)러라 後(후)에 公(공)이 爲判書(위판서)하고 其子在龍(기자재룡)이 爲憲宗國舅(위헌종국구)하며 劉亦見信(유역견신)하야 信家大昌(신가대창)하니라.
<해의解義>홍기섭이 청렴결백했던 고사(故事)를 인용해 하늘은 끝끝내 착하고 정도를 걷는 인물을 버리지 않고 돌보고 이끌어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註> 洪夔燮(홍기섭) : 본관은 남양(南陽), 청렴하기로 이름이 높았으며 벼슬이 판서(判書)에 이르렀음. 無料(무료) : 헤아릴 수 없다. 一日早(일일조) : 어느 날 아침. 踊躍(용약) : 좋아서 뛰어 오르다. 柴(시) : 땔 나무. 數駄(수태) : 몇 바리. 推去(추거) : 찾아가다. 楣而(미) : 문 웃설주. 付之門楣(부지문미) : 문 위에 붙여 놓는 것. 悉言之(실언지) : 빼 놓지 않고 다 말하다. 果(과) : 진실로. 盍(합) : 왜 아니의 뜻. 蕭條(소조) : 매우 쓸쓸한 모양. 廉价(염개) : 청렴결백함. 誓(서) : 맹세하다. 更(갱) : 다시. 爲良(위량) :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 終不受(종불수) : 끝까지 받지 않았다. 國舅(국구) : 부원군, 임금의 장인. 見信(견신) : 신임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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