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4일 열렸던 읍면별 노래교실 경연대회에는 6개 팀이 출전했다. 11월22일~24일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제10회 함양군 예총제’ 행사 중 하나였는데. 시골지역 작은 지역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면장으로서 면민으로 구성된 단체가 행사에 출전하는지라 격려도 할 겸 관람하게 된 것이다. 앞서 출전하여 노래를 하는 팀을 응원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무대에 오른 그녀들은 50대에서 많게는 팔순에 가까운 분들인데도 나이에 믿기지 않을 만큼 유연하고 활기찬 율동과 함께 노래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1년 동안 논과 들에서 일해 온 터라 손발이 부르트고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틈틈이 연습을 해온 분들이다. 이번 경연대회가 일찍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각 지역에 노래교실이 있으니 솜씨를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 위해 함양군에서 준비한 행사였다. 올해 70세 된 한 분은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해왔는데 노래교실에 참여하고 나서는 우울증이 모두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흥이 생겨 마을일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시골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자식 키우며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앞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설 줄이야 꿈에도 생각 하지 못했는데.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해하신다. 아니. 노래경연대회 출전하여 무대에 한번 섰다고 이렇게까지 감격해 하다니.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까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었다. 가정에서는 며느리이고. 아내이고. 어머니로서 평생을 자기 이름 석자도 제대로 불려 지지 않는 관객의 역할만을 해오던 그들이었는데. 스스로가 한 사람의 주연 배우가 되어 관객 앞에서 노래와 율동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도 몰랐던 끼와 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자신을 인정받았다는 자긍심과 성취감은 스스로를 감동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하던 모습과 무대 위에서 펄펄 날던 모습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성취감에 들떠 있던 그들의 표정이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나를 감동하게 한다. 마음처럼 몸이 자유스럽게 따라주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는 평생을 일만 해오시다 몸 어디 성 한데가 없어 유모차를 밀거나 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우리나라 농업의 역군이라 할 수 있는 이분들은 그에 걸 맞는 예우를 받아야할 권리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함양군의 경우 문화예술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면지역 마다 노래교실과 댄스교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면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펴본 결과 노화로 인한 신체적 장애의 진행속도가 상당히 늦추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노래는 생활 속의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 기쁘게 하고. 슬픔을 스러지게 하면서 우리네 삶을 생기 있게 해준다. 인생의 황혼기에 무대에 올라 그들이 경험한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못할 벅찬 감동이었을 것이다.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주연배우로 출연하는 무대가 자주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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