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함양.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요? 지지난 대통령 선거 때 권영길 후보가 TV프로에 나와 “국민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 말을 해서 한때 국민 유행어가 되었던 말입니다. 만약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네. 나는 지금 행복해요. 살림살이가 엄청 나아졌어요” “아니오. 나는 지금 행복하지 못해요.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거덜 났어요”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살아가면서 행복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행복은 정말 있는 걸까요? 벨기에의 작가 ‘마테르링크’가 쓴 ‘파랑새를 찾아서’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 크리스마스 전날 밤 가난한 나무꾼의 두 어린 남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요술쟁이 할머니가 나타나서 병든 딸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 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두 남매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개. 고양이. 빛. 물. 빵. 설탕 등의 님프를 데리고 멀리 여행의 길을 떠납니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 묘지. 미래의 나라 등을 헤매었지만 끝내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것은 꿈이었고. 그 꿈을 깨고 보니 집 문에 매달린 새장 안에 자기들이 기르고 있던 새가 바로 그 행복을 뜻하는 파랑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 파랑새라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이야기입니다. 그와 비슷하면서도 반대의 의미를 보여주는 초등5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는 김동인의 ‘무지개를 찾아서’라는 이야기는 또 이렇습니다. - 소년은 부지런히 걸어서 힘을 다하여 들판을 건너갔다. 그리고 바라던 숲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상하였다. 무지개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더 저편으로 썩 물러가서. 소년을 이끄는 듯이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중략) 그러나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역시 같은 거리에서 그를 오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소년은 높은 산을 하나 넘었다. 무지개는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무지개의 찬란한 빛은 끊임없이 소년을 오라는 듯이 유혹하였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는 소년에게는 참으로 커다란 유혹이었다. - 여기서 소년은 행복이라는 무지개를 잡으러 갔습니다만 가까이 보이던 무지개라는 행복은 아무리 애써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통점 하나는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행복이라는 무지개는 쉽게 찾을 수 없고 또 찾았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아름다운 함양. 함양은 그런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가까이에 행복이 살고 있으니까요. 함양의 이 행복은 도망가지도 않고 만세반석 명당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서 행복을 원하는 사람이 찾아 나서기만 하면 행복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행복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 모두 희망과 기쁨과 즐거움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6년 행복의 파랑새는 사람들에게 빨리 와서 행복을 깔고 앉든지 덥고 자든지 행복을 씹어 먹고 안고 포옹하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어서 오라고 소리쳤지요. 행복을 찾으리라 늘 꿈꾸던 78명의 사람들이 달려갔고 마침내 행복을 차지한 겁니다. 어디에서 행복을 찾았느냐고요? 예. 함양 백암산 자락 아래에 행복이 살고 있었습니다. 지곡면 보산리 전원마을이 바로 파랑새가 살고 무지개가 떠 있던 곳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우리는 그것을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이 마을사람들은 행복을 갖게 되자 이름을 아예 <행복마을>로 등재하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행복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가보세요. 정말 멋진 행복의 파랑새가 살고 있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행복의 무지개가 여기저기 둥둥 떠 있습니다. ‘행복이란 이런 겁니다’ 하며 저마다 행복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78가정이 찾은 78개의 행복들이 서로 어우러져 행복을 나누고 있는 행복마을을 보면 행복이 부러워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 행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언제 나는 저런 행복을 가질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움에 눈물을 흘립니다. 함양군은 함양 인구증원계획의 하나로 도시민 농촌유입 프로젝트를 시행했어요. 백암산 경치 좋은 곳에 전원마을 택지를 닦아 평당 20만원이라는 아주 싼 가격에 200여평씩 외지인에게 분양을 했는데 처음엔 인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함양주민에게도 후순위 자격을 주자 순식간에 분양되었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한 명씩 두 명씩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꿈에 그리던 새터에 새집을 지으니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겠습니까. 또 얼마나 많은 생각 끝에 짓는 집이겠습니까. 예쁘게 아름답게 멋지게 지으려 온 열정을 다 바쳤지요. 집들은 마치 서로 들판에 피어나는 갖가지 들꽃처럼 각양각색으로 개성적으로 현대적으로 혹은 고전적으로 저마다의 향기를 품고 피어났습니다. 그러자 빈 들판이었던 행복마을은 미국 사막의 할리우드처럼 살기 좋은 낙원으로 바뀌었고 멋진 전원마을이 되고 자연이 어우러진 숲이 되고 누구나 살고 싶은 꿈과 행복의 전원마을이 된 것입니다. 나는 집짓기 구경을 좋아합니다. 잘 꾸며진 집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초창기 집이 세워질 때부터 그곳을 자주 찾아갔습니다. 이집 저집을 구경하며 기초는 어떻게 놓았는가. 집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집 자재는 무엇을 쓰는가. 마감재는 무엇인가. 벽체와 지붕과 창문은 어떤 것들을 쓰는가 등을 살펴보고 다 되었을 때의 집을 상상해보고 건축가와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일들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집은 그 사람의 성격대로 지어지고 꾸며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다르듯 사는 집도 다양한 형태에서 꾸며지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 사는 맛을 더 느낍니다. 내가 아는 지인들도 서너 분 그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그래 행복마을에 사니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하고 물으면 막 웃습니다. “좋긴 좋아요. 우선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놀 수 있고 이웃 눈치 보지 않으니 그게 좋아요. 또 공기가 너무 좋아요. 아침이고 저녁이고 늘 공기가 상쾌해 자연에 사는 맛이 바로 이것이로구나하고 느껴요. 마을이 조용하고 아늑하고 평화롭고 시원하고 품위가 있고 주위 사람들도 좋고 다 좋아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버스가 하루에 세 번 오는데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밤에 길이 캄캄하고 어둡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어 가로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 짜장면 탕슉 꼬끼오 같은 것이 잘 배달되지 않아 아쉬워요” “아. 그렇다면 내가 짜장면 집을 내야지. 떼돈 벌어야지. 잘 되면 꼬끼오 집도 내야지. 떼돈 벌어야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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