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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상림연꽃
최재길(식물문화연구가)
주간함양 기자 / news-hy@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08일(월) 10:34
↑↑ 최재길
ⓒ 주간함양
함양상림에는 주변의 경관을 위해서 만든 연밭이 있다. 상림 안쪽에 있는 죽장들판이다. 이곳은 예전에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논농사를 지어오던 곳이다. 이 들판을 함양군에서 사들였다. 그리고는 상림 숲 가까운 쪽의 논에다 연꽃을 심었다. 연밭은 상림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원앙, 흰뺨검둥오리, 백로, 왜가리가 찾아온다. 수많은 수서곤충과 물풀이 자라는 자연환경이기도 하다. 늦은 봄 해 질 무렵 동쪽 산책로를 걸으면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자연의 정서이기에 더욱 애틋하다.

상림안내소가 있는 주차장에서 가까운 숲 동쪽에는 연밭경관단지가 있다. 이곳에는 많은 종류의 연꽃과 수련 종류를 심어놓았다. 노랑어리연꽃, 어리연꽃을 비롯하여 꽃창포, 창포, 물달개비, 물옥잠 등 물풀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수많은 올챙이와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잠자리도 모여든다. 이곳은 볼거리가 많고 접근성이 좋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허리를 굽히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참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사그라지는 연꽃의 한 살이.
ⓒ 주간함양
연꽃은 옮겨 심지 않으면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 자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연꽃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터전으로 들어왔다. 다양한 이용성이 생활·문화·정신적으로 인류사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식물 한 종(種)이 인류사를 움직인 경우는 왕왕 있어 왔다. 동양의 차나무나 뽕나무가 그랬고, 서양의 장미나 튤립이 그랬다.

4월 물이 가득 실린 연밭에 삐죽삐죽 새싹이 고개를 내민다. 연꽃의 한살이가 시작된다. 빈 연밭에 개구리가 폴짝 뛰어든다. 작은 올챙이 새끼들은 꼬리를 흔들면서 부지런히 수초를 뜯어 먹는다. 소금쟁이류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이 자유롭게 유영한다. 텅 빈 것 같은 이 시기의 연밭도 많은 생명을 품어 안고 있다.

삐죽하던 잎은 이내 수면 위에 둥글게 펼쳐진다. 한 줄기 바람에 일렁이는 물살의 파문이 보드라운 잎을 간지럽힌다. 귀여운 연잎이 아름다운 눈 깜빡할 새이다. 6월 말이 되면 맑고 초롱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연꽃은 넘칠 만큼 많은 꽃가루를 준비해 놓고 손님을 초대한다. 살림이 넉넉한 연꽃에는 많은 종류의 벌과 파리류가 모여든다. 벌 한 마리가 채 꽃잎이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를 헤집고 들어가려고 애쓴다. 꼭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꽃 안에 펼쳐진 널찍하고 평평한 밑씨는 벌들이 기어올라 쉬기에 좋다. 이때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옮길 수 있으니 공짜는 없는 셈이다. 어찌 되었든 아침에 더욱 빛이 나는 연꽃의 향과 넉넉한 나눔이 흐뭇하기만 하다.

연꽃은 문학적이기도 철학적이기도 한 깊이를 지녔다. 고려 충렬왕 때 문신을 지낸 곽예라는 분이 있다. 그는 비 오는 날 맨발로 연못에 나가 연꽃 보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의 시에는 한결같이 연꽃을 즐기는 초연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연꽃을 구경하러 세 번째 연못에 이르니
푸른 우산 붉은 단장 예전과 같건마는
다만 꽃을 구경하는 옥당의 늙은이는
풍정은 여전한데 구레나룻 실처럼 희어졌네

비 오는 날 이 초인을 흉내 내듯 상림 연밭에 나갔다. 연잎에 빗방울 듣는 소리가 싸르락 싸르락 도로랑 토닥토닥 가슴에 돋는다. 방사형 줄무늬 고운 연잎에 쏟아지는 빗물이 안분지족의 도(道)를 실천한다.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에서 비워내는 청렴한 의지! 황금비율이다. 소나기 내리는 연밭에 나섰더니 예술인지 철학인지 알 수 없는 강의를 듣는구나!

↑↑ 소나기 내리는 연밭에 나서면 예술인지 철학인지 알 수 없는 강의를 듣게 된다.
ⓒ 주간함양
연잎은 더러운 곳에서도 항상 맑음을 유지한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이다. 이것은 자기 세정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이 비밀을 독일 식물학자 빌헬름 바스롯 교수가 밝혀냈다. 연잎 표면에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돌기와 그 표면에 또 10억 분의 1m 크기의 섬모들이 있단다. 이러한 나노 돌기구조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리도록 유도한다. 처염상정의 비밀은 극미의 섬세한 구조에 있었다. 우리네 삶의 방식은… 우리네 생각은… 얼마나 섬세할 수 있을까? 얼마나 체계적일 수 있을까?

연꽃의 씨는 오래 견디기로 유명하다. 만주 보란점 분지 호수 바닥의 진흙층에서 연씨가 나왔다. 탄소동위원소 측정 결과 2,000년 이상 견뎌온 것이 밝혀졌다. 이 씨앗을 심었더니 새싹이 나왔다. 2009년 경남 함안 성산산성 발굴현장에서도 연씨가 나왔다. 700년이 지났다고 한다. 이 씨앗 중 일부가 꽃을 피워 ‘아라홍련’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연꽃은 대량번식하여 옛 아라가야였던 함안의 특산식물이 되었다. 연꽃은 향기롭고 넉넉하며, 처염상정하고 무한인내 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가르침, 상림 연밭에서 느껴 본다.
주간함양 기자  news-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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