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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월의 하얀꽃 나무들
최재길 식물문화연구가
주간함양 기자 / news-hy@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13일(월) 15:16
↑↑ 최재길
ⓒ 주간함양
숲의 오월은 싱그러움으로 출렁인다. 부드러운 햇살 머금은 햇잎에 푸른 꿈이 묻어난다. 숲길은 이미 아늑한 녹음으로 가득하다. 맨땅에 온전히 내려앉던 햇살이 점점이 흩어진다. 소풍 나온 아이들은 조잘거리며 뛰어논다. 삼삼오오 산책객의 발걸음에도 행복이 묻어난다. 때를 맞춰 찾아오는 자연의 호시절이다.

↑↑ 이팝나무(좌) 윤노리나무(우)
ⓒ 주간함양
오월의 상림 숲에는 유달리 흰 꽃이 많다. 이팝나무, 윤노리나무, 쪽동백, 때죽나무, 헛개나무, 나도밤나무, 층층나무, 쥐똥나무들이다. 동쪽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숲속의 군계일학(群鷄一鶴)도 만난다. 하얀 꽃송이가 너무나 커서 눈이 부신 큰꽃으아리다. 그 아래엔 큰애기나리의 어질고 순박한 꽃무리를 만날 수 있다.

상림의 숲에선 이팝나무를 시작으로 하얀 나무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이팝나무 꽃은 자신만의 매력이 있다. 하얀 깃털 같은 꽃이 피어나면 나무 전체가 커다란 솜방망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숨 가쁜 희망이다. 4월에 벚꽃이 있다면, 5월에는 이팝나무가 있다.

윤노리나무는 작은 꽃송이들이 동글동글 무리를 지어 피어난다. 그 알뜰한 매력에 매개곤충들은 유혹을 당한다. 작고 힘없는 것은 뭉쳐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작은 꽃송이도 무리를 짓고 초식동물도 무리를 짓는다. 생명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무위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이것이 대자연의 질서이다.

↑↑ 쪽동백(좌) 때죽나무(우)
ⓒ 주간함양
때죽나무와 쪽동백은 한 가족이지만,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인다. 때죽나무의 꽃에 비하면 쪽동백나무 꽃은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 편이다. 때죽나무는 짙은 향기를 내뿜으며 무수한 꽃들이 은종처럼 매달린다.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면 수술과 꽃잎은 떨어진다. 살아가야 할 것과 사라지는 것이 이별하는 순간이다. 길쭉한 암술머리는 남아서 새 생명의 잉태를 지켜본다.

이팝나무는 가늘게 찢어진 길쭉한 꽃잎이 통째로 떨어져 내린다. 바닥에 하얀 깃털로 짠 양탄자가 깔린다. 윤노리나무 꽃잎은 물방울무늬처럼 하나씩 둘씩 흩날리며 떨어진다. 장미과 꽃의 특징이다. 때죽나무는 노란 수술을 매단 채 통으로 떨어져 별꽃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낙화도 제 삶의 무늬대로 흔적을 남긴다. 아무리 감추어도 숨길 수 없는 뒷모습! 잘 살아야 할 일이다.

↑↑ 헛개나무(좌) 나도밤나무(우)
ⓒ 주간함양
5월 말 숲에 가득하던 하얀 꽃들이 사라질 무렵, 나도밤나무 꽃무리가 숲을 덮친다. 황록색의 작은 꽃이 폭발하듯 피어나면 꽃내음이 진동한다. 숲길을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진한 꽃내음이 묻어난다. 해 질 무렵 상림의 숲길을 걸어보라! 저녁놀에 아스라이 깔리는 꽃내음이 이유 없는 마음에 풍요를 새긴다.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원초적 자극-후각은 뇌의 정서 뉴런을 강력하게 자극한다. 5월 말의 나도밤나무 숲은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다.

헛개나무는 잎이 늦게 나오는 느림보나무다. 가지가 성글고 힘없이 부러지는 헛개비나무다. 하지만 5월 말의 꽃향기만큼은 어느 나무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 달콤함은 곤충도 산책객도 비켜 갈 수 없다. 이 달콤한 향연은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 흔한 꿀벌뿐만 아니라 후각이 예민한 딱정벌레도 초대받는다. 인간은 단지 문밖에서 바라보는 이방인이다.

윤노리나무는 꽃잎이 크고 향기가 별로 없다. 꽃도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 편이다. 하지만, 헛개나무는 꽃잎이 작으면서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이 꽃들은 서로 다른 꽃가루받이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윤노리나무는 무리꽃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향기를 갖지 않는다면, 헛개나무 꽃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달콤한 향기를 퍼뜨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층층나무 꽃줄기는 우산살처럼 작은 꽃들을 팡팡하게 펼쳐낸다. 벌들을 꾀어 붙이는 달콤한 향기도 지녔다. 꽃대를 물고 자라는 층층나무의 햇잎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 파란 하늘 아래 연록의 물감이 하루하루 텅 빈 가지를 채워나간다. 쥐똥나무 하얀 꽃은 그해 자란 가지 끝에서 이삭 모양으로 피어난다. 달콤한 향기는 층층나무 못지않다. 참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나무다. 세상일은 겉보기와 다른 것이 많으니 참으로 봐야 한다.

다람쥐의 습격에 호랑지빠귀가 화들짝 놀라서 달아난다. 어린 큰오색딱다구리가 작은 가지를 자꾸만 쪼아대더니 애벌레 하나를 입에 물었다. 어치들이 어슬렁거리며 산책로 옆에 앉았다가 슬며시 자리를 뜨곤 한다. 숲에 다양하고 풋풋한 생명의 활기가 차오른다.
주간함양 기자  news-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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