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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함양시장이 가야할 길 ①
지리산함양시장의 현 주소
유혜진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08일(월) 13:09
시장의 매력은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싱싱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들이 저렴하게 판매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시절도 있었다. 대형 할인마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1990년대 이후 대형 할인마트의 등장으로 쇠퇴해 가는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시설보수, 환경개선 사업 등으로 현대화 시설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 왔다. 아케이드를 비롯한 주차장·화장실 등의 편의시설 개선이 가장 눈에 띄는 외형적 변화이다.
또 전통시장 상품권 발행, 특화·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등으로 지역의 전통시장 특성에 따라 차별화를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막대한 예산지원은 전통시장의 소비자들을 현저하게 늘렸다거나 상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이다.
함양군에도 그 동안 수 억원을 들여 전통시장 외형 정비, 이벤트 행사 진행, 선진 전통시장 벤치마킹, 의식개선 교육 등을 추진해 왔으나 시장 상권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이에 본지는 함양군의 전통시장 현 주소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다양한 우수사례를 알아봄으로써 지리산함양시장 활성화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지리산함양시장의 현 주소
② 전통시장 활성화사업 진단
③ 우수사례 통해 본 위기극복 방안

ⓒ 주간함양
‘문화관광형시장’에 앞서 지역민 발길부터 잡아야


“시장의 하루를 CCTV로 봐라. 사람들이 다니는 꼴을 못 봤다.”

최근 경기 침체와 위축된 소비심리가 고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 상인 고령화 등으로 시장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소규모 지역의 시장 상인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 등에 한계가 있다.

ⓒ 주간함양
함양군 시장에도 상설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장날이 아니면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 평일 낮 시간대 함양 시장을 방문하면 셔터 문을 닫은 점포들이 종종 보인다. 어쩌다 방문한 관광객은 시장 안에서 10여분을 맴돌다 다시 빠져나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함양군에는 읍에 위치한 지리산함양시장을 포함한 5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면단위로는 마천전통시장, 서상전통시장, 안의시장, 함양토종약초시장이다. 이 곳에는 243개 점포에서 170명의 상인이 생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노점상도 60여명이다.

가장 큰 규모인 지리산함양시장은 함양군 함양읍 용평중앙길 20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은 매월 날짜 끝자리에 ‘2’와 ‘7’이 들어가는 2, 7, 12, 17, 22, 27일에 5일 장이 열린다.

1983년 주식회사 함양상설시장으로 개설 됐으며 점차 현대화시설을 갖추어 변화해 왔다.

전체 대지면적 1만5127㎡ 중, 7500㎡규모가 상설매장의 면적이며 의류패션, 음식점, 고기 및 생선 등의 식재료, 농산물, 청과 등을 판매한다. 지리산 함양시장에는 128개 점포가 운영되고 30개 이상의 노점상이 있다.

ⓒ 주간함양
함양군의 전통시장은 함양의 관광자원인 ‘지리산’을 연계한 청정자연에서 재배되는 농축산물, 건강 약초 등을 스토리텔링화해 시장브랜드로 구축해 왔다.

15~16세기 상업이 발달하면서 하동, 구례 등지에서 생산되는 소금, 쌀, 수산물, 산삼과 같은 특산물이 교환되는 장소였다고 한다.

과거 함양시장 상인이었던 어르신들에 의하면 그 당시 시장풍경은 흙바닥에 짚으로 만든 멍석만 깔아 놓은 채 물건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인구도 10만이 넘어서 시장에는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또 상인들은 거창, 인월, 진주, 남원까지 인근의 지역마다 보자기 짐을 지고 다니면서 장이 열리는 곳곳에서 물건을 거래했다. 보부상들이 주변의 군현은 물론 전국 각지의 장시까지 진출하면서, 함양의 장시는 근대화 이후 상품 자체와 유통망이 크게 변화됐다.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함양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특화전통시장 육성 지원사업 등에 각각 선정 됐다. 이 사업들을 통해 설치된 시설물들은 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옛 읍민관 터에 있던 상설시장과 2008년 합병하고 함양의 대표시장으로 탄생되었으며 시장 내 비가림 시설, 간판·시장바닥 정비로 현대화 된 시설을 갖추었다.

ⓒ 주간함양
지금의 함양시장 모습은 심마니와 함양시장의 옛 모습, 변강쇠의 전래이야기가 담긴 캐릭터, 그림 벽화 등이 시장 테마를 나타내는 듯하다. 입구와 시장 중앙에는 대형 화면이 설치돼 영상이 상영된다. 지붕아래 천장 부분에는 함양의 관광지와 자연을 담은 사진들이 걸개그림으로 펼쳐져 있으며, 시장의 위치를 안내하는 디자인 맵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함양군은 지난 2016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으로 선정 돼 국비(50%)·지방비(50%) 15여억원이 3년에 걸쳐 투입됐다. 이어 2017년부터는 특화전통시장 육성지원 사업으로 군비(60%)·도비(40%)가 3년간 9여 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상인과 소비자들은 이러한 거액의 예산 투입 대비 큰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 중 디자인 시설들은 설치 후 관리가 되지 않고 있으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 주간함양
천장에 붙어 있는 광관지 걸개그림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일부분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그려진 벽화 그림과 모형들은 오랫동안 방치돼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올해 들어 2차례 열린 시장 상인회 간담회에서도 상인들은 이 같은 문제들을 언급했다. “중앙 통로 천장에 있는 그림들이 점점 벗겨져 보기 싫게 되었다.” “시장 내부에 어르신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힘들어 한다.” “미디어보드, 조형물 설치보다는 시설 보수에 힘써 달라.” “주차장 요금 지불, 전반적인 시설 등이 불편해 문제가 많다”는 등 여러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을 활성화 사업들이 일시적인 기획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전통시장 지원대책은 시장의 외형 정비, 홍보 이벤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인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예산 투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또 상인들의 의식 전환도 동반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행정에 의존한다면 영원히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

ⓒ 주간함양
함양지역 전통시장은 가격, 품질, 위생, 친절 등 여러 면에서 손님들의 발길을 이끌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전통시장의 침체는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중대형 마트 입점 등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군민들이 생필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함양이 아닌 인근 거창, 진주, 인월, 아영 등 다른 지역까지 가는 불편을 감수하며 소비활동을 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는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는 요원하다. 돌아서는 지역민들의 발길부터 붙잡는 것이 먼저다.
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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