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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사람 작곡가 ‘유승범’이라 불러주오
가수 유승범 누나와 함께 함양을 노래하다
강대용 기자 / 입력 : 2017년 09월 11일(월)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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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역민으로부터 가수 ‘유승범’씨가 함양 마천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잘 모르는 가순데 누구지?’라는 물음에 ‘질투 노래 부른 유승범 몰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하’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당시 최대의 히트 드라마 ‘질투’의 ost를 부른 가수 유승범.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내 곁에 서 있는 데.../ 아직도 그 가사와 멜로디가 선명하게 남아있고 가끔씩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너무나 유명한 노래인데 가수 유승범의 이름은 생소하다. 마천에 귀촌했다는데 서둘러 연락해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최근에야 가끔 언론에 얼굴을 내비취지만 웬만해서는 접할 수 없는 그의 가수, 작곡·편곡가로서의 삶, 그리고 함양에 대해 들어봤다.

ⓒ 주간함양
함양사람 가수 유승범과 누나 김예성


가수 유승범은 누나 김예성씨와 함께 함양 마천에 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히는 칠선계곡 아래, 그 앞으로는 맑은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단비가 촉촉이 내린 그들의 쉼터이자 일터 ‘지리산 이야기’ 펜션 앞마당에서 가수 유승범과 그의 누나 김예성씨를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를 했어요. 마을 주민들과 호흡하고 너무 행복한 자리였어요” 마을 주민들은 웬만해서는 들을 수 없었던 그의 노래를 즐기는 호사를 누린 것이다.
유승범씨 남매가 함양 마천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4월19일이다. 전입신고까지 마쳐 이제는 완전한 함양사람이 된 유승범씨. 얼마 전까지 관동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후배들을 가르쳤던 그. “지리산이 좋았고 자연과의 삶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30여년을 서울 그 중에서도 홍대 인근에서 생활해온 유승범씨. 그는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자연 속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텃밭으로 달려간다. 처음으로 키워보는 무나 파, 고추 등이 가득한 텃밭이다. 텃밭에서 자연의 경이로움도 느낀다. “동네 아주머니께서 무를 심을 시기라며 씨앗를 주시고 심는 법도 가르쳐주셨어요. 그대로 심었는데 한 동안 싹이 올라오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흙덩이를 뚫고 조그마한 싹이 올라오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경이로웠어요.” 텃밭에서 놀이 같은 농사를 짓고 누나와 함께 펜션을 가꾸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틈틈이 그의 천직인 작곡도 한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작곡에 빠져든다.

ⓒ 주간함양
가수, 질투, 그리고 작·편곡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가 바로 ‘질투’다. 이 한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유승범의 질투’가 따라 붙는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는 작·편곡가로 불리길 원한다. “처음 부른 노래 질투가 히트를 쳤지만 저의 인생은 가수가 아니었어요. 작편곡을 하고 싶었죠”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 유승범은 가수의 화려한 삶 보다는 그가 원하는 삶을 위해 떠났다. 그리고 그는 가을동화 ost 작편곡을 비롯해 변진섭 니가오는날, 김경호 1집부터 4집까지 다양한 작품에 활동했다. 특히 동양인 최초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2’의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많은 작품 활동에도 그에게 늘 따라붙는 꼬리표는 ‘질투를 부른 가수’다. “우리나라 문화가 가수만 알지 작곡가와 편곡가는 모르잖아요. 저를 한물간 가수로만 알아주는 것이 좋지 않죠. 제가 프라이드가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김경호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작곡 편곡가, 프로듀서 유승범, 그에게 노래 ‘질투’ 애증의 대상이었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그 노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것이다. “소위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고 하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당시 그는 서태지를 누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질투는 행운이었고 감사할 대상이었는데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언론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질투라는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지리산의 특별한 감성

가수 보다는 작곡과 편곡을 길을 택한 그. “어린 나이에 너무 쉽게 스타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같은 유명세로 가수들과 협업 또한 쉽게 이뤄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허함이 남았다. “후배들에게도 ‘곡은 쓰지만 다 가라(거짓)이다’라는 말을 했어요. 직업적으로 곡을 만들었으니까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메말라가고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 때쯤 지리산과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지리산을 다니다 글을 써 봤는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곡이 나왔어요.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성이 그의 가슴에서 나왔고 지리산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이곳 지리산 마천에서의 생활에 대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워요”라고 표현했다. 도심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들을 이곳 지리산 마천에서 느낀단다. “구름이 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이런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비로운 경험이었어요. 환경이 주는 감성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가 지리산에서 보고 느낀 감정들은 그의 창작열을 불태우게 했다.
그는 지리산 마천에서도 작곡에 심취한다. 그는 이곳에서 작곡하며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늦은 저녁시간은 그가 가장 왕성한 작업을 하는 때로 옛 의탄교 위에서 휴대폰으로 음악을 털어놓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작곡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대답. 그리고 아주머니는 “제 딸이 고3인데 여기서 자꾸 귀신소리가 들린다며 무서워해서 나와 봤어요” 그가 흥얼거리던 노래 소리가 고3여학생의 귀에는 귀신소리로 들렸나보다. 죄송하다는 말로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조금은 떨어진 새롭게 놓인 의탄교 위에서 작업을 진행하는데 또다시 그 아주머니가 와서 “근데 어떤 곡 작곡했어요”라는 물음에 이것저것 가르쳐 줬더니 “화이팅 하세요”라는 인사가 돌아왔단다.

ⓒ 주간함양
든든한 후원자 누나 김예성씨


그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조력자는 누나 김예성씨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너무 좋은데. 동생은 홍대 거리에서 수십 년을 숨 쉬면서 살아왔잖아요. 노래를 만들려면 감각적으로 앞서야 하고 그들과 호흡해야 하는데 버리고 올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그러나 저보다 더 많이 자연과 호흡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리산 마천에는 누나 김예성씨가 먼저 내려와 터를 잡고 동생 유승범씨가 뒤따랐다. 간혹 부부가 아니냐는 질문도 받는다. 유승범씨의 본명은 김승범이다. 가끔 길거리에서 만나더라도 부부라는 오해는 없어야겠다. 남매는 가끔 말싸움도 한단다. “늦게 일어나는 것,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는 것 등 아직까지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잖아요.”
누나 김예성씨는 가수로서 작·편곡가로서, 그리고 가족으로서 동생 유승범씨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강해 보였다. “음악을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중학교때는 직접 작곡한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어요.” 3남1녀의 가정에서는 가족이 모이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즐겨 불렀다.
함께 가꿔가는 ‘지리산 이야기’ 펜션은 아직까지도 남매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 간다. 지리산 둘레길 4구간의 시작지점, 엄마와 아빠 가족들이 둘레길을 걸으며 지친 발을 쉬어가는 곳이다. “편안하게 쉬시고 제가 해드리는 집밥도 드시며 피로를 씻고 다시 출발했으면 좋겠어요” 펜션에 돈을 들여 도회적 느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직접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고 있다. 군산에서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던 그녀. 지리산 마천은 그녀에게 편안함과 행복한 공간이다.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야 행복할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지리산을 선택한 것 같아요”

그들의 삶터 지리산이란

그들이 자리 잡은 곳, 마천면은 지리산으로 통하는 길목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 지리산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특히 지리산 칠선계곡은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로 불릴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지리산에는 누나 따라 여행 삼아 여러 번 왔었어요. 지리산의 의미, 지리산의 역사와 문화 히스토리 등 특별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리산은 그냥 산이라기보다 다양한 것들이 함축되어 있어요.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아픈 역사인 파르티잔 등이 살아있는 곳이란 걸 알았어요. 연예계 친구들에게 지리산에 대해 말하면 모두가 오기를 원해요. 저는 그들에게 ‘공부하고 싶거나 진짜 쉬고 싶고, 지리산에 사연을 심어 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해요. 이제는 제가 지리산에 녹아든 것 같아요”
이제 지리산에 자리를 잡은 지 5개월 남짓. 그에게는 지리산이 남다르게 다가온 것 같다.

ⓒ 주간함양
25년 만의 컴백


1992년 6월30일. 질투 ost가 발매된 날이다. 이 앨범 하나로 가수 유승범은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꼬박 25년이 지난 오는 10월 그는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 앨범 하나로 그는 질투의 가수 유승범이 아닌 가수 유승범으로 우리 곁에 다가서려 한다.
그에게 앨범을 내는 것은 힘든 선택이었다. 수많은 가수들의 앨범 작업에 동참하고 프로듀싱했지만 자신의 앨범을 직접 만들기는 처음이다. “저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한 분이라도 제 노래를 좋게 받아들이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지리산에서 그런 것들을 배운 것 같아요. 물 흘러가듯 받아 들이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는 이번 앨범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마음으로 가슴으로 노래를 부를 것이다. “‘나이도 먹었는데 새삼스럽게 앨범을 내서 무슨 영광을 누릴 것인가’하시겠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말하고 싶은 저의 세계를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그런 행운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트롯 형식이지만 최대한 고급스럽게 만들고 있다. 앨범 발매 이후 ‘승범이가 뽕짝 가수로 돌아왔네’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나이를 숨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보여줄 겁니다.”

지리산 함양 마천에서의 꿈

오는 9월26일에는 절친이자 형님인 가수 전영록씨와 함께 그의 작은 앞뜰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 마을 분들과 관광객들을 모시고 이곳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영록이형에게 이 말을 했더니 같이 해보자고 해서 준비하게 됐어요” 멋진 지리산이 배경이 되는 작지만 가장 큰 공연이다. 마을 이웃들과 지나가는 이들과 함께 하는 공연으로 그가 좋아하는 소통의 마당이기도 하다. “앞마당이 갖는 장점이 있어요. 바로 앞에서 호흡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지리산 마천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마지막 꿈은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다. 지리산이 주는 영감을 되살려 언젠가 조금 더 준비되면 지리산을 배경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꿈이 되었다. “저는 이제 마천 면민입니다. 함양사람이 되었으니 군민들에게 신고식도 하고 군민으로서 살아가겠습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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