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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서 이 청년은 (2)
카페 홍귤 홍세영 사장
최학수 기자 / 입력 : 2022년 11월 14일(월) 14:27

함양에 청년들 모으려면 “지역 청년 잘 사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함양뉴스

유리공예 전시되어있는 카페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카페 홍귤. 함양 한주아파트와 양지맨션 사이에 있다. 어둑한 저녁, 근처를 걸을 때면 카페 통창으로 따뜻한 조명 불빛이 아른거린다. 호기심을 못 이겨 들어가면 잔잔하고 포근한 분위기, 예쁘게 전시된 유리공예 조명, 활발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장님이 반긴다. 손님이 제일 많을 주말에 영업하지 않는 홍귤. 주말에는 홍세영 사장이 유리공예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인지 예술품을 만드는 작가인지 헷갈린다. 청년 홍세영씨는 함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28살 홍세영씨는 함양에서 초, 중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경북예술고등학교(이하 경북예고) 진학을 위해 함양을 떠나게 된다. 경북예고에서 만난 미술은 모두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선택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조소를 전공했다. 순수예술 자체가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에서 순수예술을 도전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순수예술을 다루는 학과 자체도 사라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어려움도 많았다. 몇 없는 조소과를 찾아 대구 영남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그마저도 입학 다음 해에는 학과가 트랜스아트과로 바뀌었다.

 
“트랜스아트과로 바뀌면서 더 다양한 것을 배우게 됐어요. 사진, 미디어아트, 3D 등을 더 배우다 보니 여러 가지를 더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구와 세라믹을 배울 수 있는 디자인과 수업을 추가로 더 들었어요. 그런데 이 시기 추가로 배운 것들이 정말 제 생각과 달랐어요. 순수예술이 내 생각을 담아내는 과정이라면 디자인은 되게 상업적이었어요. 상업적이면서 나의 독창성을 나타내야 하고 재료를 쓰는 방식도 달랐어요”

다양한 것을 배울 기회는 좋았지만, 이는 깊이 있게 배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술에 욕심이 있었던 홍세영씨는 이때 크게 상심했다. 졸업하며 번아웃을 맞은 홍세영씨. 특히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될 것인지 고민하던 시기여서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예술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사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해본다면 미디어아트를 열심히 하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순수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나름의 고집이 있던 것 같아요. 헛생각이었죠. 미디어아트를 보는 것도 좋았는데 내가 미디어아트에 대한 준비가 안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상상하던 나의 미래, 내가 만들던 작품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요”

ⓒ 함양뉴스

부모님의 제안으로 카페 오픈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에는 질렸지만 예술에서 떠나고 싶지는 않았던 홍세영씨는 교수님의 소개로 미술 갤러리에서 일하게 된다. 이 시간은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예술계의 급여가 많지는 않아요. 저는 대구에서 자취하고 있는 상태였고,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 것인지 고민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갤러리 일을 하면서도 카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카페는 부모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다. “부모님이 함양에서 카페를 운영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너무 소중한 기회였어요. 부모님께서는 저를 많이 존중해주셨어요. 경북예고로 진학해서 예술을 시작한 것도 부모님의 제안 덕분이었어요. 나 갈래! 이렇게 된 거죠. (웃음)”

항상 선택지를 제안해주셨다는 부모님. 하지만 마냥 모든 것을 도와주시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선택지 속에서 선택하는 것과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히 홍세영씨의 몫이었다. 실제로 카페 운영에 크게 관여하거나 방문하는 일도 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카페 홍귤이 탄생했다. 2019년 12월 말 가오픈을 시작으로 지금 어느덧 4년차 카페에 접어든 카페 홍귤. 카페를 운영했던 홍세영 씨의 입장은 어땠을까?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창살 없는 감옥처럼 여겨졌어요. 카페 창업을 선택하면서 이렇게까지 바쁠지 생각을 못했거든요. 전부 제가 운영하려고 하니까 정말 바빴어요. 그렇게 2, 3년은 스스로와 타협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좋아요”

4년 차 카페가 되니 이젠 잘 맞는 손님들만 찾아오는 것 같다고. 방문해주는 손님을 보면 정말 고맙고 근황을 물어보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을 세워두고 자꾸만 이야기가 길어진다. 카페를 방문하는 수많은 손님과 홍세영씨는 벌써 친구다.

ⓒ 함양뉴스

카페가 쇼룸이 되다

예술에서 벗어나고 보니 예술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홍세영씨는 예술을 숨구멍으로 표현했다. 필수적으로 삶에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카페 벽 인테리어를 모두 하얀색으로 한 것은 미술품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전시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카페를 방문해보면 하얀 벽을 따라서 작품을 걸 수 있도록 레일이 천장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에 있을 때는 몰랐어요. 내 주변이 모두 예술인이라 항상 직, 간접적으로 예술을 접하고 있어서 몰랐어요. 그런데 예술과 단절된 삶을 시작하니까 뭐라도 필요했어요”

카페에 메여있으면서도 자유로움이 필요했던 홍세영씨는 유리공예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취미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자 재료비나 벌 요량으로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제 카페가 작품을 두는 쇼룸이 되었어요. 저만의 갤러리가 완성이 된 거죠. 막연한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뤘네요”

다시 돌아온 청년에게 함양은?

17살부터 함양을 떠나서 26살에 돌아왔으니 10년만이다. 성인이 되고서 함양에 또다시 새로운 터전을 잡은 홍세영씨에게 어려움은 없었을까?

“시골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함양은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니까 어른들은 젊은 사람을 만나면 어느 집 자녀인지 궁금하신가봐요. 처음엔 모르는 분께 제 이야기를 하는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했어요”

그 외에도 홍세영 씨는 청년끼리의 인간관계를 말했다. “아는 또래 친구가 정말 딱 한 명 함양에 있었어요. 친구가 없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일 끝나고 맥주 한 잔 함께할 친구가 없으니까 더 답답했던 것 같아요. 자주 방문해주는 손님과 친구가 되어도 1년 뒤에 대부분 떠나는 것 같아요. 저라도 연고 없이 온다면 1년 이상 못 버틸 것 같아요. 처음 만들었던 4명의 함양 친구가 있었는데 이들이 저에게 ‘이야기할 대상이 있어서 외로운 함양 생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청년이 인간관계를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올해 여름에 시작된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 모임을 두고 ‘대박’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처음 함양청년네트워크 모임에 나갔을 때 깜짝 놀랐어요. 함양에 젊은 청년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거든요. 그만큼 다른 곳에서는 청년끼리 인간관계를 쌓을 바탕이 없는 거라고 느꼈어요. 토박이는 이미 친구와 가족이 함양에 많으니까 신경을 안 쓰겠지만, 저처럼 외지에 있다가 온 사람이나 귀농 귀촌을 한 청년들은 청년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이 엄청 필요해요. 함양에 청년들을 많이 모으려면 일단 지역에 있는 청년끼리 잘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페 홍귤에서 예술 갈증을 잔잔하게 해결하고 있는 홍세영씨. 그녀가 말하는 청년끼리 잘 사는 모습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우리끼리 모여 간단한 안부라도 물을 수 있으면 그게 잘 사는 것 아닐까? 함양을 방문한 청년에게 추천할 수 있는 카페가 한 곳 더 늘었다.

최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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