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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함양 삶의 현장–1
수동면 허창한씨 단감농가
곽영군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31일(월) 13:39

주간함양은 10월31일을 시작으로 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본지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편집자 주>

 

ⓒ 함양뉴스
최근 함양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한 이때 직접 농장을 찾아 일일 농사꾼이 되어 그들의 삶과 고충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 방문한 체험현장은 수동면 단감농장이다.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10월의 끝자락 수동면 단감농장에서 감을 수확하는 과정을 일일 체험하기로 했다.

함양읍에서 목적지인 수동면까지 거리는 자동차로 10분 남짓. 출발 전 미리 농장주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러자 농장주는 “서리가 있으니 천천히 느긋하게 오세요”라고 이야기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천천히 출발하라고 하시니 느긋하게 커피 한잔 먹고 길을 나섰다. 아직 햇빛의 따사로움이 들녘을 비추기 이른 시간 단감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저마다 농사일이 한창이다.

ⓒ 함양뉴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굽은 비탈길을 지나 목적지 수동면 단감농장에 도착해 농장주님을 만났다. 그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방문한 취재진을 반겼다. 짧은 인사가 끝난 후 감 따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크게 어려운 기술은 없었다. 나뭇가지를 짧게 자르고 밑 꽁지를 손가락으로 튕겨내면 되는 작업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감을 가위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뜯어내면 가지에 상처가 생겨 나무가 고사할 위험이 생긴다. 또 너무 이른 시간 수확을 하면 감나무 위로 내린 서리로 작업이 힘들어진다고 농장주는 말했다. 그는 “서리가 마르기 전에 작업에 들어가면 장갑과 옷이 젖어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왜 출발을 천천히 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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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호주머니 같은 앞치마를 걸쳐 입고 본격적인 감 따기에 돌입했다. 하나, 둘, 셋 생각보다 작업은 수월했다. 시작 전 농장주님은 “오늘 10박스만 따도 많이 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속도라면 30박스도 가능하겠다”는 허영심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손목에서 이상 신호가 접수됐다. 반복적인 작업이 손목에 무리를 가게 했나? 허리 통증도 느껴진다. 앞치마에 채워진 감이 쌓일수록 허리가 뻑뻑해져 온다. 본인 웨이트트레이닝 5년차로 근력에는 자신 있는 편이지만 오늘은 쓸모없는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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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고 있는 감은 대봉감으로 대부분 홍시와 곶감으로 가공하는 감이라고 한다. 그냥 먹기에는 떫은맛이 강해 못 먹는다. 그러나 크고 예쁘게 잘 익은 대봉감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나는 “농장주님 여기 감 한개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농장주는 못 먹는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이걸 어쩌나 궁금한 것을. 한입 크게 물었다. 입 안속까지 흙으로 도배된 느낌이다. 진짜 떫다. 인간은 역시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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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밑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제 사다리를 이용해 높은 곳에 열린 감을 딸 차례다. 사다리 지지대와 계단을 삼각형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서니 주위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감을 앞치마에 담는 과정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작업 중간 중간 붉게 물든 홍시를 따먹는 재미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대봉감나무 하나를 다 끝내고 단감을 따러 자리를 옮겼다. 단감은 작고 탱탱한 모습이며 수확 방법은 대봉감과 다를 게 없다. 한창 단감을 따고 있을 무렵 농장주는 서촌 조생종 감을 가지고 왔다. 흔히 추석 제사상에 올라가는 감이다. 겉은 단감과 비슷한 모양새이며 속은 검붉은 색이다. 단감과 홍시의 중간쯤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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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단감은 동남아에서 고급과일에 속한다. 감나무는 적당히 낮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운 지역에서는 키우기가 불가능하다. 농장주는 “한국에서 감 하나당 백 원 정도의 가격을 받을 때 동남아에서는 만 원 이상의 가격을 받는다”며 “국내에서는 감 크기가 크고 넓은 감을 선호하는 반면에 동남아는 작고 아담한 감을 더욱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에 대한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감에는 비타민C 함량이 높아 레몬에 1.5배 사과에 10배가 넘는 비타민C 함량이 있다”며 “하루에 단감 하나씩만 섭취하면 성인 기준 비타민 권장량을 채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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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업을 마치고 농장주님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감농사와 사과농사를 함께 일구고 있는 그는 농업의 불확실성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항상 변동되어 농민들은 공판장에 들어갈 때면 걱정이 많다”며 “지역 농협에서 판매까지 함께 하면 좋겠지만 최근에는 농협에서 신용업무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사는 분기별로 소득이 나오기 때문에 불안정한 부분이 많다”며 “지금 농사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무턱대고 시작하기 보단 충분한 공부와 경험을 쌓은 뒤 시작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최근 감에 들어있는 탄닌 성분이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키고 열독 제거에도 탁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 니코틴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까지 입소문이 나 애연가들에게 많은 사랑 받고 있다.

높은 영양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홍시나 곶감은 대부분 떪은 감 품종 대봉감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탄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섭취가 과다하면 변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감 1~3개 정도를 권장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농업의 현대화가 많이 이루어졌다지만 농사는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마트나 식당에서 당연시 여겼던 농산물 하나를 키우기 위해 땡볕에서 노고한 농민들에게 이번 체험을 통해 다시금 존경의 마음을 되새기는 좋은 경험이었다.

곽영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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