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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빈집과 폐교(3)
빈집 활용으로 활기를 되찾은 ‘죽리마을’
김경민·곽영군·최학수 기자 / 입력 : 2022년 05월 30일(월) 14:38
상실과 아픔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빈집·폐교 문제는 지방에서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특히나 인구 감소 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군단위 농어촌 지역일수록 그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하다. 함양군의 현재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도권 밖에 있는 모든 지자체들이 이 골칫거리 빈 공간을 유의미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성공적인 사례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함양군 또한 다른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 등 관련 문제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인구 감소라는 파장으로 늘어난 빈집·폐교인 만큼 지방 인구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현재로 봤을 때 빈 공간이 지역에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간함양은 방치돼 왔던 빈집·폐교를 활용함으로써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현장들을 직접 방문해 변화의 과정을 들어보고 그 다양한 특색들을 탐색하면서 재활용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빈집·폐교
2. 주민 모두가 예술인이 되는 공간 ‘문화아지트 빨래터’
3. 빈집 활용으로 활기를 되찾은 ‘죽리마을’
4. 폐교에서 특별한 공간으로 ‘오월학교’. ‘후용공연예술센터’


떠나는 마을에서 살고 싶은 마을로 변모한 곳이 있다. 도시권의 어느 한 마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인구 3만6000명대 소규모 군단위 지역 충북 증평군에 있는 죽리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빼곡한 빈집으로 다른 낡은 농촌마을과 별다를 것이 없었던 이 마을은 김웅회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빈집 철거 및 리모델링 작업에 적극 나선 것과 동시에 스토리텔링 등 마을의 문화 자원까지 입히면서 누구나 오고 싶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 죽리마을의 ‘대나무 공원’. 세계적인 관광명소 구엘공원에 감명을 받았다고 김웅회 이장은 밝혔다.
ⓒ 함양뉴스
다양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마을


오랜 시간 끝에 도착한 죽리마을 공용 주차장에서 둘러본 마을 풍경은 마치 테마파크를 방불케 했다. 화려하고 다양하면서 짜임새 있는 곳곳의 벽화와 경관 개선 사업으로 군더더기 없는 시골 마을의 조화는 꽤나 신선하다. 취재진이 처음 마을 땅을 밟았던 주차장 또한 폐축사와 빈집이 머물던 곳이었으나 마을 유동인구 증가로 철거작업을 거친 뒤 공용 주차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조화에 한몫하고 있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대나무 공원’이 보인다. 방치되었던 마을회관을 철거하고 만들어진 대나무 공원은 작가들이 그린 그림타일을 활용해 탄생했다. 마을 내에 있는 죽리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들도 걸려있다. 디자인 가벽, 파타일 의자, 대나무 조형벤치, 대나무 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이 공원은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은 물론 마을 방문객들의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관광명소 구엘공원을 다녀온 뒤 감명을 받아 공원을 기획했다고 김웅회 이장은 밝혔다.
↑↑ 죽리마을의 ‘대나무 공원’. 세계적인 관광명소 구엘공원에 감명을 받았다고 김웅회 이장은 밝혔다.
ⓒ 함양뉴스
이같은 마을 경관 개선은 철거를 통한 새로운 공간을 조성한 것과 더불어 마을의 역사를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방치된 마을의 옛 우물터를 복원해 만든 ‘박샘공원’이 그렇다. 세종대왕이 초청 약수로 가는 길에 표주박으로 물을 먹었다는 ‘박샘’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원으로 묻혀있던 마을의 전설이 다시 새롭게 형상화된 것이다. 또 공원 측면 담장에 조선시대 독서광 김득신이 이 마을에 기거하면서 쓴 시 ‘죽리고연’에 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등 역사적 의미가 묻어나는 마을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죽리마을의 다채로운 벽화들
ⓒ 함양뉴스
이밖에도 세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마을 골목골목마다 펼쳐져 있는 다양하고 이야기가 있는 세련된 벽화들은 ‘낡음’이라는 시골마을에 대한 편견을 단숨에 깨뜨린다. 특히 스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골목에 설화를 바탕으로 한 공포 테마 벽화를 조성하는 등 사소한 유휴 공간이라도 그 상황에 걸맞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모든 시너지로 다수 관광객 유입은 물론 마을 인구도 몇 년 사이 30여명 가까이 늘면서 정부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 죽리마을 김웅회 이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함양뉴스
다시 찾고 싶은 농촌으로


죽리마을이 다채로운 마을로 새롭게 태어나기까지는 김웅회 이장의 역할이 컸다. 2012년 고향으로 돌아온 김웅회 이장은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마을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한다.
김웅회 이장은 “이장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그저 동네가 ‘낙후됐구나’ 하는 생각 정도였는데 이장을 맡고 나니 책임감으로 돌아오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마을 개선 작업들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함께 동참해 나감으로써 노력해 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박샘공원의 샘물
ⓒ 함양뉴스
당시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많아 마을 경관이 좋지 않았지만 관련한 다양한 사업에 응모하면서 노력한 끝에 지금의 마을이 됐다. 그 시작은 2014년 정부 공모 ‘새뜰사업’(농어촌취약지역 생활여건개조사업) 선정으로 2017년까지 농촌경관 보전 및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해당 사업은 함양군도 2017년에 선정된 바가 있다. 이 사업으로 30여 가구의 담장을 허물고 빈집을 철거하고 새로 짓고 하면서 앞서 소개한 대나무공원, 박샘공원 등이 조성되었고 마을 경관 개선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당시 빈집 철거를 위해 소유자를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 박샘공원의 샘물
ⓒ 함양뉴스
2015년부터는 귀농인의 집 조성사업을 통해 귀농·귀촌인을 위한 거주지 마련에도 주력했다. 귀농·귀촌 희망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예비 귀농·귀촌인의 농촌 적응 공간을 제공하는 이 사업을 위해 10년 넘게 방치된 14채의 빈집 철거 과정을 거쳤고 현재 한마을에 무려 6동의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점도 하나의 특이점이다.

↑↑ 죽리마을 소시지 체험관 입구.
ⓒ 함양뉴스
볼거리, 귀농·귀촌에 이어 소시지 체험 마을 등의 먹거리 체험 공간을 운영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죽리마을은 2017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되면서 자신이 직접 만들어 맛볼 수 있는 체험 콘텐츠인 소시지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방문객들의 반응도 뜨거워 향후 마을 소득과 관련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도 김웅회 이장을 비롯한 죽리마을은 이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마을의 성장 방안도 계속해서 모색할 계획이다.

이처럼 마을 주민과 함께 빈집 활용을 시작으로 작은 마을에서 다양한 시도를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김웅회 이장은 마을을 화려하게 재탄생 시킨 것과 관련 그동안 정부, 지자체로부터 각종 명예를 안았다. 또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조명을 받으면서 다양한 제안도 받았지만 오직 죽리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밝혔다.

김웅회 이장은 “개인적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다 하는 것은 없다. 이 마을이 점점 더 발전되는 것과 함께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고 싶은 그런 마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우리 농촌이 활성화되는 것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민·곽영군·최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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