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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화예술인마을
농촌소멸 위기, 마을공동체로 부활하다<5>
유혜진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29일(월) 11:09
‘인간(人間)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人(인)’의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는 것 같이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공유하며 생활해 가는 것을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공동체 의식은 개인·이기주의,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관계가 약화 돼 왔다. 주민 간의 갈등, 사회 양극화, 범죄 불안 등의
문제는 만연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함양군이 놓인 인구감소, 농촌소멸위기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우수사례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 하고자 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함양군 안의사랑마을공동체
② 함양군 백전구산마을 문화공동체
③ 홍성군 홍동마을 농업공동체
➃ 완주군 귀농·귀촌 숟가락 공동체
➄ 구례군 문화예술인마을

↑↑ 구례예술인마을
ⓒ 주간함양
지역민과 상생하는 예술인 공동체로 ‘활기’


‘예술’로 공동체를 이룬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예술과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자연 속에 살아있는 미술관, 구례예술인 마을이다.
마을의 한 도예가는 종이로 감싼 무언가를 이웃 주민에게 건넸다. 떡을 나누어 주는 것인가 봤더니 방금 구워낸 따끈따끈한 도자기 컵 받침이다. 예술인들로 이뤄진 주민들은 자신의 예술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창작의 영감을 전한다.

ⓒ 주간함양
지리산 자락에 터 잡은 예술인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 위치한 ‘구례예술인마을’은 30여 가구의 예술인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도예, 서양화, 판화, 건축, 사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과 재능기부 등으로 지역을 알리고 있다.
구례예술인마을은 은퇴를 앞둔 예술가들이 거주공간에서 작품 활동과 전시, 공연 등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했다.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며 자연 속에서 예술적인 영감을 얻기에는 구례가 안성맞춤이었다.
↑↑ 한 갤러리
ⓒ 주간함양
예술인촌의 탄생은 서양화가 김태호 작가와 그의 제자인 홍대 미대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출발했다. 추진 과정에서 소식을 들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도 합류했다.
따라서 지난 2012년 4월 30가구의 예술인들이 각자의 개성을 띄는 집을 지어 입주를 완료했다. 구례군은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조성해 완전한 마을의 모습을 갖추도록 도왔다. 예술인들을 구례군으로 유입하는 인구늘리기 효과를 가져왔다.
예술인마을이 조성된 이후 주변으로는 일반인 전원주택가도 생겨나면서 오지였던 구례군의 한 공간이 위성도시를 이루고 있는 추세이다.
↑↑ 체험활동
ⓒ 주간함양
예술인마을 주민들은 기존 지역주민들과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정기적인 축제를 개최하며, 매주 토요일마다 개인의 창작공간을 개방하는 ‘토요오픈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인들이 만든 작품을 모아 판매하는 ‘판공방’에서는 기념품을 구매하고 판화 체험도 할 수 있다. 구례 지역 학교 학생들에게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 인적자원을 활용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 토요오픈스튜디오
ⓒ 주간함양
‘토요오픈스튜디오’로 지속가능한 마을


마을이 보다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활용되기 위해 2016년 ‘토요오픈스튜디오’ 운영을 시작했다. 토요오픈스튜디오는 예술작품을 하는 예술인의 작업실을 공개하고 체험 및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매주 토요일 열린다. ‘OPEN 예술in’이라는 깃발이 꽂힌 집에는 관광객이 방문해 예술가와의 소통이 가능하다.
마을은 전체가 참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과 오픈스튜디오 협동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갤러리’의 손한희 조합장을 비롯한 6명의 작가들이 마을 활성화의 뜻을 모아 ‘토요오픈스튜디오’와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 도자기체험
ⓒ 주간함양
2세대 청년예술가들과 지역예술가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 구조를 마련하고자 했다. 따라서 오픈스튜디오는 예술인이 스스로 창작공간을 개방하면서 자연스러운 체험과 판매를 통해 생계를 위한 수익을 발생시키도록 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하는 ‘관광두레’에 선정돼 구례 예술인마을 활성화를 위한 멘토링을 지원받고 있다. 또 청년활동가들이 상주하면서 마을 홍보와 예술활동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 손한희 조합장
ⓒ 주간함양
최근에는 방문객이 머무를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손한희(63) 조합장의 작업실 한쪽을 카페로, 갤러리는 레스토랑으로 활용했다. 레스토랑의 메뉴는 쑥부쟁이 비빔밥이다. 또 바로 맞은편에는 ‘십이월이십오일’ 카레 전문점과 ‘굿데이 갤러리 펜션’ 등도 있다. 화가가 만든 비빔밥,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 숙박시설은 구례예술인마을의 방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 한 갤러리
ⓒ 주간함양
내부의 조화와 지역의 한 공간으로


예술인 개인의 집과 작업 공간을 공개해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양화가인 손한희 조합장은 본인의 예술작품 활동을 잠시 미루면서까지 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된 이유를 “퇴직한 예술인들이 머무는 실버타운 형태로 정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손 조합장은 “기존 30가구로 출발한 예술인들의 뒤를 이어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작품 활동을 겸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져야 된다”며 “청년 활동가들이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젊은 예술인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은 여러 구성원이 모인 공동체이기에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적극적으로 지역민과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를 지양하고 창작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어하는 예술인도 있다.
손한희 조합장은 ‘주민 간 이견 차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마을의 예술인들이 대부분 전문직을 갖고 퇴직하신 분들이기에 수준이 높다.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존중하고 그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지역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예술인마을 본질에 벗어나는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 아닌 상생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정기적인 운영위 회의와 반상회 모임 등으로 주거환경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마을의 성장방향에 대한 토론과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완전한 상업화를 이룬 곳의 다른 예술인마을 사례도 있지만, 그 사례가 마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공시킨 것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면서 “예술인마을만의 독보적인 공간이 아니라 구례 지역의 한 공간으로 내부의 조화와 자연스러운 성장을 희망 한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개인 집 공간을 무대삼아 전시와 공연을 열어 왔는데, 통합적인 공연장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예술 전시와 공연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다양한 예술인들이 유입돼 대중적인 예술문화 인식 확대와 마을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 ‘십이월이십오일’ 카레 전문점 서정수 대표
ⓒ 주간함양
구례에서 만난 함양인


‘십이월이십오일’ 카레 전문점은 함양군 서상면이 고향인 서정수 대표가 두 달 전 오픈한 식당이다. 화가인 아내의 갤러리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단일 메뉴를 개발했다. 소고기가 듬뿍 담긴 카레는 구례 군민이 방문하면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
그는 “구례예술인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 먹거리를 고민하게 됐다”면서 “이 음식을 지역민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인다는 마음으로 구례 군민에게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 한다”고 안내 전단지를 보였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관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구례예술인마을에서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재 끝)
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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