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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귀농·귀촌 숟가락 공동체
농촌소멸 위기, 마을공동체로 부활하다<4>
유혜진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22일(월) 11:31
‘인간(人間)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人(인)’의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는 것 같이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공유하며 생활해 가는 것을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공동체 의식은 개인·이기주의,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관계가 약화 돼 왔다. 주민 간의 갈등, 사회 양극화, 범죄 불안 등의
문제는 만연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함양군이 놓인 인구감소, 농촌소멸위기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우수사례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 하고자 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함양군 안의사랑마을공동체
② 함양군 백전구산마을 문화공동체
③ 홍성군 홍동마을 농업공동체
➃ 완주군 귀농·귀촌 숟가락 공동체
➄ 구례군 문화예술인마을

↑↑ 완주 지역경제순환센터
ⓒ 주간함양
주체는 언제나 아이들…시간 걸리지만 건강한 성장 지름길


완주군 고산면 ‘지역경제순환센터’ 내에 위치한 ‘숟가락’은 4~7세 아이들을 마을 부모들이 키워가는 5년차 공동체이다. 일반 어린이집의 운영과 달리 정해진 일정과 계획표는 없으며,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 모내기 체험
ⓒ 주간함양
이모, 삼촌으로 불리는 부모들이 텃밭을 가꾸고 모내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준다. 밥 당번 엄마가 밥을 하고, 놀이 당번 엄마가 아이들을 돌보면서 육아품앗이 한다.
현재 마을의 14세대가 공동육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숟가락을 오가는 유아(2살부터 7살까지)는 21명이다.
↑↑ 놀이창고
ⓒ 주간함양
지난해부터는 초·중학생들에게 놀이창고가 개방되고 있다. 숟가락 운동장 한 켠에는 노란색 컨테이너가 있다. 아이들이 관리하는 놀이창고이다. 이 창고에서 필요한 재료를 꺼내 놀고 싶은 놀이터를 직접 만들어간다. 2018년 교육청의 지원으로 초등학생들을 초대해 여름 캠프를 진행했다. 불을 피우고 나무를 이용해 아지트를 만드는 등 실외 활동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정기적 전체회의를 거쳐 숟가락 안에서의 규칙을 아이들이 정한다. 놀이기구 만들기, 휴대폰 게임 이용 등 안 되는 것은 없다.

↑↑ 이영미 대표
ⓒ 주간함양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숟가락

이영미 대표는 지난 2013년 첫 아이를 낳았다. 그 전에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마을에 대한 고민이,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간절해 졌다. 아이의 미래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골의 환경이 막막했다고 했다. 따라서 2014년 8월 ‘공동육아’ 특강을 기획했다.
비슷한 또래의 부모들과 같은 고민을 하는 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특강을 진행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갔다. 도서관 프로그램 참여, 소풍, 각 가정집을 돌며 소통하는 등 ‘맨땅의 헤딩’식으로 숟가락 공동육아의 기반을 다져왔다고 했다.
그 해 연말 이 들은 공동육아에 대해 점차 알아가면서 자신의 아이를 키우느라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마음에 “숟가락만 하나 얹어 놓은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자주하게 됐다. 그 때부터 ‘숟가락’이라는 말을 붙였다. 마을주민 또는 부모들이 숟가락을 하나씩 얹으며 아이들을 지지하고 돌봄을 함께한다.
↑↑ 숟가락 운동장
ⓒ 주간함양
숟가락은 2015년 완주군 소유의 한 폐교 공간을 임대했다. 시골의 어느 학교처럼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한 공간을 완주군에서는 여러 공동체 팀의 사무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폐교 운동장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숟가락의 차지가 되었다.
숟가락 공동육아의 부모들은 운동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놀이터 추진 계획을 세웠다. 짚라인을 설치하는 등 거대한 놀이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일본 모험놀이터’를 탐방한 후 완전히 바뀌었다.

↑↑ 2019 놀이창고 전체회의
ⓒ 주간함양
위험은 주체적인 아이로 만든다


이영미 대표는 “우리가 계획했던 놀이터는 어른들이 정해놓은 한정된 공간에서 울타리를 치고 아이들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제약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어른들이 정형화 시킨 놀이터가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직접 만드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고 했다.
숟가락의 몇몇 가정은 2017년 일본 모험놀이터를 방문했다. 모험놀이터에는 유아부터 청년까지 모두가 한 공간에 참여한다. 청년들이 플레이 워커가 되어 아이들의 놀이를 안내한다. 아이들은 지붕이나 나무에 자유롭게 올라가고, 칼을 가는 등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해도 제한하는 사람은 없다. 이 대표는 “모험놀이터의 분위기는 한국 여의도 공원 같은 곳인데 5분의 1정도가 모험놀이터로 지정돼 있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놀이기구는 전혀 없고 톱, 망치 등 위험해 보이는 공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생각보다 안전사고가 많지 않았다”라며 위험놀이터의 당시 상황을 이야기 했다.
↑↑ 불피우기-2018 놀이창고 여름 워크숍
ⓒ 주간함양
그는 “현대의 어린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지리·정서적으로 많은 통제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 옛날에는 집 밖에 나가면 동네, 언니, 오빠, 어른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그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삶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어렸을 때 놀이를 하면 깍두기가 있었던 것처럼 조금 부족하고, 다툼이 있더라도 그 놀이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계를 만들 수 없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뿐이다. 심지어 학년 별 분리로 유치원, 초·중학교도 서로 만날 기회가 없다”고 했다.
숟가락의 아이들은 부모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언니, 형들이 오는 것을 더 좋아하고 따른다. 초등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 주간함양
자녀와 부모의 균형 있는 성장


“나쁜 것도 허용이 되어야 좋고 나쁜 것을 가릴 수 있는 경험이 된다. 어른들이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눈치만 보게 한다. 그것을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것이다. 저희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이다. 사실 어른들이 그것을 보고 참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자유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숟가락의 부모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성장 하는 중이다. 따라서 숟가락은 아이와 부모들이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 주간함양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부모에게는 허용이 되지만 다른 부모는 절대 허용이 안 되는 것들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 간의 다툼이 생겼을 때, 콜라를 마셔도 되는가, 밥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를 강제로 먹여야하나 등 사소한 문제들이다.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바로 개입해 해결하려하지 않고 다모임을 통해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정한다.
이영미 대표는 “공동체로 같이 합을 맞춘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의 갈등 상황에서 부모들이 개입하지 않고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공동체를 선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한 번 맛 본 사람은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율적인 동기와 규칙을 갖게 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건강한 아이를 키우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018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놀아요 프로젝트
ⓒ 주간함양
또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성장 위에 덤으로 얻어 지는 것이다. 아이보다 부모 공동체와 부모의 ‘균형과 안정’이 우선돼야 한 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부모가 타인과 함께 할 줄 아는 건강한 사람이 될 때 아이들이 그런 부모를 보고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누군가는 공동체 활동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저는 일을 그만 뒀으니까 가능하지만, 직장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은 우리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도 조건과 상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육아휴직이나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하게 보장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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