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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백전구산마을 문화공동체
농촌소멸 위기, 마을공동체로 부활하다<2>
유혜진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10일(수) 13:29
‘인간(人間)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人(인)’의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는 것 같이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공유하며 생활해 가는 것을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공동체 의식은 개인·이기주의,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관계가 약화 돼 왔다. 주민 간의 갈등, 사회 양극화, 범죄 불안 등의
문제는 만연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함양군이 놓인 인구감소, 농촌소멸위기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우수사례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 하고자 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함양군 안의사랑마을공동체
② 함양군 백전구산마을 문화공동체
③ 홍성군 홍동마을 농업공동체
➃ 완주군 귀농·귀촌 숟가락 공동체
➄ 구례군 문화예술인마을

삶의 터전에서 문화를 꽃피우는 마을공동체

“농촌의 소멸위기는 당장 나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자신의 터전에서 행복함을 느껴야한다. 차별 없이 누구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고 지역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야한다.” 문화공동체 활동은 전문 강사가 복지·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스포츠, 예술 강의를 하는 곳에 참여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다.

↑↑ 함양군 백전면 구산마을 회관에서 어른이 놀이터 ‘국수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 주간함양
‘관’ 주도에서 ‘주민’ 주도로


언제부턴가 전국 곳곳에서 ‘마을 만들기’ 붐이 일어났다. 기존의 관 주도방식과는 달리 마을 단위 주민들이 모여 공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밖에도 ‘주민참여’를 목표로 한 ‘살기 좋은 마을·농촌 만들기’, ‘창조적·생태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등의 명칭으로 유사한 사업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모임을 통해서 주민들 간의 소통, 상호교류가 이루어지고 주민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마을 공간을 주민들이 스스로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이 모두 공동체를 기본 바탕으로 한다.
함양군 자료에 따르면 군은 ‘일반농산어촌개발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2015년부터 2019년 5월 현재까지 총 18개 마을이 공모에 선정됐다. 한 마을 당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지원된 예산은 최소 4억5000여만 원에서 5억원이 기본이다.
또한 함양군은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선정돼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165억원을 투입하는 함양읍 용평리 지리산함양시장 일대 재생사업이 진행된다.
이 같은 주민참여형 사업의 예산은 보통 정부로부터 60%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아 나머지는 도비, 군비 등으로 충당되는 형태이다. 각 마을에 진행된 사업 내용을 보면 주로 리모델링이나 화장실 같은 공간을 짓고 쉼터 및 공원 조성, 운동·편의시설 등을 갖추었다.
여기서 본질과 달라진 마을만들기 정책의 한계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업은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내용으로 공무원이 짜온 틀 안에서 주민들의 동의와 최소한의 의견만 반영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실제 주민 주도참여보다는 행정의 주도로 공간 마련, 환경 정비를 통해 생활기반을 다지는 수준이다. 일부 마을에서는 마을 수익사업을 위한 마을 특성화 센터(체험장), 차별화된 관광 환경 구축 등을 시도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물론 초기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모든 사업에 참여하고 주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지역의 주민들을 내세워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본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행정의 개입을 최소화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될 때 주민 스스로가 마을에 대한 애착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형식만 주민주도형으로 이루어지는 현 공동체 활동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 정해길 문화기획가
ⓒ 주간함양
‘어른이 놀이터’ 3년째 진행


“마을이 지속되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해 큰 건물들이 들어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 내 삶의 행복지수를 한 층 높여 가야 하는 것이다.” 5년 전 함양군 백전면 구산마을로 귀농해 문화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해길 씨의 말이다.
정해길 씨는 지난 2017년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시행하는 마을문화공동체 지원사업 ‘문화우물사업’에 선정돼 마을 주민대상 ‘어른이 놀이터’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문화우물사업은 우물가에 모여 교류하고 소통하던 선조들의 공동체 정신을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남도에서 2014년 처음 시작했다.
그는 평생 농사일에 매달려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문화공동체 사업을 기획했다.
그 동안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할머니들의 처가를 붙인 택호 문패 만들기, 고무신 아트, 손 그림 달력 만들기, 생활 원예 등의 문화예술 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올해 말, 마을의 활동가와 함께 회관 옆에 있는 데크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주민주도 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다.

↑↑ 마을활동가와 다육이 만들기.
ⓒ 주간함양
문화공동체 활동의 출발점


그가 진행해 온 마을 문화공동체 활동은 고령화 된 주민들에게 ‘문화’라는 인식을 입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정 씨는 처음 문화사업에 선정이 되었을 때 마을 어른들에게 사업에 대한 설명보다는 ‘함께 나와 놀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것이 ‘어른이 놀이터’의 시작이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모여서 놀이 활동을 하자고 하니 집에만 계시던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였다. 그 동안 해 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서 볼펜을 잡는 일도 주저하는 분들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안 해봐서 어색하고 부끄러운 듯 했다.”
지난 2년 간은 정해길 씨와 그의 아내 김윤하 씨가 마을 리더가 되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어르신들을 지도해 왔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마을의 부녀들이 공동체 활동에 함께 동참해 주민활동가 5명이 추가로 양성됐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공동체 활동이 주목되고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주민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활동가 네트워크로 구성된 것이다. 단체티를 갖춰 입고 정기적인 회의에 참석하는 등 문화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비전을 계획하면서 소속감과 동기부여를 만들어간다. 또 초반에 어른이 놀이터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10명 이내였다면 지금은 30명 가까이 참여 한다.

↑↑ 마을 어르신들이 그린 2019년 손그림 달력.
ⓒ 주간함양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해 더 애착


그는 “문화공동체 사업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필요한 만큼의 예산 지원”이라고 말했다. “공동체 활동에 도움이 될 정도의(500~800만 원 사이) 예산이 지원되는데 주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많은 예산이 있다면 유명한 초청 가수를 부르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전문가를 투입하면 된다. 그러나 그 만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해 나가야하는 것이 마을 공동체로써의 큰 의미가 있다. 행정에서 기획한 사업을 지역 주민들에게 운영하라고 맡겨 두면 그 만큼 애착심이 떨어질 것이다. 잘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다. 그렇게 진행된 사업들은 일시적인 성과만 보여줄 뿐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적은 예산으로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마을 공동체 활동이라 생각 한다”고 했다.

↑↑ 반려식물 활동
ⓒ 주간함양
정 씨는 “마을 만들기의 본질은 물질적인 환경 조성보다 정서적 유대관계”라고 말했다. “우리 마을에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없다. 주로 중장년층, 노인분들인데 그 분들의 자식들이 부모님을 뵈러 마을을 방문하는 일이 전부다. 어르신들이 사망하게 되면 자식들의 발길을 끊기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마을 해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손자 손녀들이 마을에 살지는 못해도 이 마을로 놀러라도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마을에 놀러 와서 어르신들과 재미있고 좋은 경험을 쌓아 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문화 공동체 활동과 관련된 사업들을 계속 모색하고 마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그는 또 “가끔 문화지원 사업을 진행하면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기도 하다. 이런 문화사업을 통해서 부를 창조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나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본래의 직업인 농부가 더 자랑스럽다. 다만 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터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화 활동을 통해서 주민들의 행복지수가 향상되길 바라는 것이다”고 덧 붙였다.
↑↑ 2018 구산마을 할매손그림 전시회
ⓒ 주간함양

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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