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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의 정동진, 부채길을 걷다
함양의 미래를 지리산둘레길에서 묻다 ④
주간함양 기자 / news-hy@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13일(월) 16:34
직립보행을 시도한 오스탈로피테구스에게 길은 운명이다. 서사적이지만 걷는 길은 우리에게 운명이다. ‘느림의 미학’이라 일컫는 걷기는 현대인에게 버릴 수 없는 화두다.
저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그 길이 있다. 2018년 10월은 10주년을 맞이한 지리산둘레길의 역사다. 제주 올레길도 뒤지지 않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 후로 오랫동안 수많은 길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곳에 있어야 할 길 들에 우린 찬사와 갈채를 보냈다.
걷기 열풍의 10주년을 회상하고 우리가 또 걸어야 할, 아니 걸어야만 되는 길은 무엇인지 지면으로 옮기고자한다.
아장아장 걷기에 첫 발을 띤 아가부터 지팡이로 하루를 넘기는 어르신까지 걸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공감하며 걷는 길 하나는 백 개의 공장 굴뚝 보다 우선함을 찾아보고자 한다.
왜 걸어야하는지 아니 걷기 위해 있었던 길, 소통의 길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자한다.
무엇보다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함양이 간직한 소중한 걷는 길을 세상에 비추고자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지리산둘레실 11년을 돌아보다
2. 도보길의 탄생 제주 올레길
3. 김광석, 대구의 길로 돌아오다
4. 바다위의 정동진, 부채길을 걷다
5. 함양엔 없는 안동 선비순례길
6. 베트남을 알린 사파길의 매력
7. 함양의 미래를 지리산둘레길에서 묻다

↑↑ 심곡항 방파제는 부채길을 걷는이에게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주간함양
돈 내고 걸어도 아깝지 않은 해안절벽길


나라 지키던 순찰길 명품길로 재탄생

정동진 해안단구(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계단 모양의 지형)는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로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이 도보길을 만나 관광도시 강릉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바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하 바다부채길)이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의 ‘정동’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에서 정방향으로 동쪽에 있다는 뜻이며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여기에 정동진의 부채 끝 지명과 도보길 지형의 모양이 동해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아서 ‘정동심곡바다부채길’로 지명이 부쳐졌다.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은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이 이름을 지었다.

2017년 6월 1일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 ~ 강동면 심곡항 사이 약 2.86㎞의 해안길에 탐방로가 개장돼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과 웅장한 기암괴석에서 오는 비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2016년 10월 이전에는 해안경비를 위해 군 경계근무 순찰길로만 이용되어 온 곳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곳이었다.

↑↑ 김대혁 강릉관광개발공사 정동심곡부채길TF팀장
ⓒ 주간함양
김대혁 강릉관광개발공사 정동심곡바다부채길TF팀장은 부채길 탄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까지 2.86㎞의 해안절벽길입니다. 사람은 물론 산짐승조차 이 길에 접근은 어려웠죠. 그래서 심곡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하거나 밤재를 넘어야 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밤재에는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이 편지 한 장으로 백두산으로 보냈다는 바육발호랑이가 있었고 가파르고 험한 깊은 골짜기라 산짐승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른들 20~30명이 모여 밤재를 넘나들었다고 합니다”라며 그의 설명은 계속됐다.

↑↑ 부채길 해수폭포는 동해 바닷물을 이용해 만든 인공폭포이다
ⓒ 주간함양
김 팀장는 전설에 이어서 “이런 심곡마을에 해안절벽으로 길이 생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군부대의 초소가 만들어지면서부터죠. 모든 길이 다 뚫렸던 것은 아니지만 절벽 중간중간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좁은길이 났고 그 마저도 초소를 따라 길이 있었을 뿐 모든 길이 연결되지는 않았죠. 정동진 해안단구의 개방문제를 국방부와 협의하고 문화재청 인가를 받아 2016년 10월 임시 개통했고 낙석방지공사와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보강한 뒤 2017년 6월 정식으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을 개장했습니다”라며 2018년 말 현재 누적관광객 150만 명의 발길이 다녀간 명품길 재탄생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 심곡항 일주도로에서 본 부채길 능선이 뒤로 보인다.
ⓒ 주간함양
파도가 허락해야 걸을 수 있는 길


바다부채길은 해안경비 순찰로로 이용하던 정동진 해안단구 절벽에 목재와 철재 데크를 설치하고 탐방로를 만든 바닷길이다. 총 거리 2.86km의 해안절벽길인 바다부채길은 가슴이 뻥 뚫리는 동해바다 감상을 선물한다. 여기에 더해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이 빚은 바위 작품을 파도 소리 들으며 보는 것은 덤이다.

천연기념물(제437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계단 모양의 지형) 일대를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며 바다 내음을 맡고 파도 소리 들으며 망망대해 기암절벽을 눈 속에 집어넣는 호사는 바다부채길 관람객만의 특혜다.

바다부채길이 연중 365일 이런 특혜를 베푸는 것은 아니다. 바다부채길은 파도가 허락해야 관람이 허용되는 길이다. 바다에 바짝 붙은 길이어서 강풍과 호우,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출입을 통제한다. 또한 탐방로는 안보상 이유로 4∼9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10∼3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만 개방한다.

↑↑ 심곡항 부채길 입구
ⓒ 주간함양
바다부채길은 성인 기준 3000원의 돈을 내고 입장하는 유료 도보길이다. 바다부채길은 2017년 6월 개장 이후 그해에만 11억 원, 2018년에는 18억 원을 강릉시에 관광수입으로 선사했다. 이에 바다부채길을 관리하는 강릉관광개발공사는 새로운 볼거리와 포토존을 만들기 위해 바닷물을 이용한 인공해수폭포와 전망대도 조성했다. 또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버스 60대가 들어설 수 있는 대형 주차장도 추가로 설치했다. 공사는 바다의 해안단구를 이어 바다부채길이 정동진과 심곡, 옥계를 잇는 강릉의 새로운 관광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한 강릉시는 썬크루즈 주차장으로 오르는 500미터 구간의 가파른 계단을 해중 경관로를 조성해 최초 계획했던 정동진 해안까지 연결하기위해 국비 공모사업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김지훈 씨와 부인 민선주 씨가 아들 도윤이와 딸 채윤이 함께 부채길 관광을 마치고 심곡항 걷고 있다.
ⓒ 주간함양
오감에 상상력까지 전설이 만든 힐링길


도윤은 아빠의 손을 잡고, 공갈젖꼭지를 입에 문 채윤은 엄마 품에서 난생 처음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을 걸었다. 경기도 남양주시부터 함께 한 아빠 김지윤 씨와 엄마 민성지 씨도 해안절벽길은 처음 방문이다. 3년만의 여행지를 바다부채길으로 택한 것은 입소문과 더불어 힐링이 목표였다.
“부채길을 한참 걷다가 큰 바위를 만났는데 길가에 있는 안내문에 부채바위랍니다. 심곡의 서낭당에는 여서낭 세 분이 모셔져있다는데 그에 대한 전설이 얽힌 바위였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바닷가에 나가보라는 말을 듣고 나가봤더니 여서낭 세 분이 그려진 그림이 떠내려 오고 있었단다. 그래서 여기 심곡에 서낭당을 짓고 모시게 됐는데 아직까지도 신기하게 그림의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네요”라며 김 씨는 오감의 길과 더불어 상상까지 더해주는 부채길의 매력을 쏟아냈다.

또 그는 “길을 걷다 만나는 전설은 풍경에 상상이 더해지면 발걸음은 더 가벼워지죠. 부채길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내려오는데 ‘투구바위와 육발호랑이 전설’입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바위가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이어서 생긴 전설이라고 하네요. 고려시대 명장 강감찬 장군과 발가락이 여섯 개인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인데 표지판 안내문을 읽으며 걷는 길이 상상의 나래를 펴줍니다”라며 바다부채길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들고 있었다.

도윤 아빠와 더불어 바다부채길 관람을 마치고 딸 채윤이의 유모차를 차에서 꺼내던 엄마 민성주 씨도 한마디를 덧붙인다.

↑↑ 정동심곡부채길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다.
ⓒ 주간함양
“제주올레길도 지리산둘레길도 좀 이름난 도보길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곳은 대부분은 무료잖아요. 처음에 부채길 오면서 왜 입장료를 받나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부채길을 걷고 보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더라고요. 특히 부채길을 걷고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네요.”
박민국·정세윤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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