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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바라본 함양의 성평등 현실
성 평등과 지역언론의 역할(3)
하회영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22일(월) 14:11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 홍보가 제일 중요

함양군의 여성인구수는 전체인구(9월 현재) 중 52%에 해당된다. 함양을 움직이는 절반의 인구가 여성이다. 이들은 농촌에 산다고 해서 농사만 짓는 것은 아니다. 전업주부도 있고 전문가, 사무직, 서비스·판매, 제조업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집에서, 사회에서, 함양군민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성평등 현실은 어떨까? 함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단체장을 만나 여성인권과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 편집자주

ⓒ 주간함양
김영숙 한국여성농업인함양군연합회장

농사짓는 여성, 우리도 직장인이다

여성농업인이 하룻동안 일하는 시간이 매우 길다. 밖에 나가 농사짓고 집에 오면 가사 일이 남아있다. 잠자는 시간 몇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일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여성농업인의 현실 속에서 농업경영의 합리화와 여성농업인의 권익보호, 지위향상을 도모하고자 만들어진 단체가 한국여성농업인연합회다.
함양은 농촌지역 특성상 농업인 여성이 많다. 여성농업인의 대부분은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 한국여성농업인함양군연합회(이하 한여농) 회원들은 벼농사, 과수원, 가축 등 대농가를 운영하며 2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여농의 수장은 김영숙 회장이다. 김영숙 회장은 재임하여 올해 4년째 그 직을 맡고 있다. 김영숙 회장이 회장을 맡은 이은 후 산삼축제 기간동안 매년 운영되어 온 ‘아내사랑 부침개 만들기 체험’은 멀리서 온 관광객들에게조차 입소문이 난 특별한 체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영숙 회장은 한여농의 적극적 활동에 대한 결실로 올해 4월 의령군에서 열린 경남여성농업인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숙 회장은 “욕심을 버리고 살면 즐겁고 행복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살면 밭에서 일할 때도 즐겁고 재미있다”며 건강한 몸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이어 “한여농 회원들은 젊은 층이 많다. 다른 단체와 달리 한여농 회원들은 생업을 해야 한다.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회원들은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여성의 처우개선을 위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사업은 여성농업인바우처이다. 이와 관련 김영숙 회장은 “여성농업인바우처는 자부담 2만원이 포함되어 총10만원을 지원받아 미용실, 주유소, 영화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여 예산을 더 많이 지원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영숙 회장은 농업인여성의 현실에 대해 “농업여성도 직업여성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여자들이 하는 농업은 일로 쳐 주지 않는다. 그게 아쉽다. 여자들은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또 일을 한다. 함양은 시골이다 보니 여성농업인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다. 이런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 많다. 남편위주로 농사를 하고 있으나 여성들이 농업이라는 직업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한여농 여성들은 직업이 있으면서 봉사를 겸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회원들은 모두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한 “농업인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한다. 함양의 여성 어르신들은 양파를 심거나 캐고, 곶감을 깎고, 사과를 솎는다. 함양의 주요작목은 모두 여성들의 손을 거친다. 농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농업인 여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이렇게 중요한 농업여성인력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면 행복한 농업인으로 활력있는 삶을 살 것이다”고 전했다.

ⓒ 주간함양
서정숙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회장

여성의 여가 복지를 생각하는 ‘고주모’

함양군에서 여성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라면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이하 고주모)을 들 수 있다.
고주모는 함양농협 여성대학을 졸업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1992년 1기를 배출했으며 2018년 올해 6기가 졸업했다. 고주모는 소비주체로 함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도시와 연계하여 판로를 개척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고주모 회원들은 함양농협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며 다문화여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200~3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고주모를 이끌고 있는 여성은 서정숙 회장이다. 고주모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 덕분에 농협중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정숙 회장은 “함양관내에서 여성대학을 운영하는 곳은 함양농협 뿐이다. 함양농협은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성대학을 운영한다. 여성대학 졸업생인 고주모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가, 복지, 문화활동 등의 영역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정숙 회장은 여성회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올해는 양성평등기금을 받아 잊혀져 가는 전통사업, SNS교육, 농산물 홍보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여성들은 내가 원해서 경력단절이 된 것이 아니다. 또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운다.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구하려다 보니 시간대가 좋으면 급여가 적고 돈을 많이 주는 곳은 일이 힘들거나 너무 늦게 마친다”며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을 할 수 있으려면 기업체와 구직자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 맞아야 하는데 쉽지않다”고 말했다.
함양농협 본점에는 ‘행복모음카페’가 있다. 이곳은 여성고객, 다문화 여성을 위한 쉼터 공간이다. 커피를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 공간은 여성을 위한 곳으로 동아리활동, 만남의 장소, 회의 장소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다른 여성단체가 사무실 또는 회의공간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곳은 여성을 위한 유익한 공간임에 틀림없다. 취재를 위해 서정숙 회장을 만났던 곳도 이 카페다. 이날은 경상남도지역본부에서 실시하는 ‘제1회 찾아라행복동아리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동아리 회원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고주모 도연합대회로 18개 시군의 대표 1팀이 나와서 경연을 펼친다. 합창, 댄스, 난타 등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여 선보이는 이 행사는 10월19일 치러졌다.

ⓒ 주간함양
김분옥 한국생활개선회 함양군연합회장
배우면 실천하고 실천하면 발전한다


농촌에 사는 여성들도 의료,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양한 혜택을 받길 원한다. 하지만 농촌에서 그 혜택을 누리기에는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의식주와 다양한 사업 등을 통해 농촌여성들이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단체, 생활개선회가 있다.
한국생활개선회 함양군연합회(이하 생활개선회)는 11개 읍면에 5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30대부터 최고령자 82세까지 있다. 농촌을 지키며 농촌여성들이 웃을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11개 읍면의 생활개선회 회장 김분옥씨.
2017년 회장직을 맡은 김분옥 회장이 생활개선회 활동을 한지는 17년 가량 됐다. 마천면에 살고 있으면서도 봉사하는 게 좋아서 빠지지 않고 활동에 참여했다. 노래봉사, 마사지봉사, 요양원봉사, 환경정화활동 등 봉사이면서 농촌환경을 발전,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김분옥 회장은 “생활개선회는 배움의 단체다. 배우면서 봉사하고 봉사하면서 나를 발전시킨다”며 “배우면 우리의 생활문화가 바뀐다”고 말했다.
생활개선회에서는 1년에 한 번 과제교육을 한다. 매년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데 천연염색, 뜨개질, 폐식용유비누만들기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하면서 점차 잊혀져 가는 것들을 지키고 배운다.
현대사회의 농촌은 구성원이 다양해졌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가 지금은 귀농·귀촌인구가 모여들고 다문화가족도 증가했다. 이런 변화로 생활개선회 사업도 다문화여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문화가 다르니 소통하기도 힘들지만 그 속에서 함께 배우고 문화를 나누고 다문화여성의 친정에 생필품을 보내주기도 한다.
김분옥 회장은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다. 농사짓는 여성은 바쁘다. 바쁜 사람은 오히려 부지런해서 봉사도 많이 한다. 그래서 우리 회원들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했다. 또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니 교육이 필요하다. 배우면 실천하게 되고 해보고 나면 발전하게 된다. 그것이 교육의 힘이다”며 주부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 그 교육효과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홍보가 더 중요하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바깥활동이 적다. 농사짓고 집안 일 하면 다른 소식을 접하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알지 못하면 참여할 수 없다. 여성농업인바우처 사업도 처음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있으면 많은 여성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달라”고 말했다. 또 여성농업인바우처사업에 대해서도 “자부담 2만원을 내고나면 8만원을 지원받는 것인데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이라며 지원확대를 요구했다.

ⓒ 주간함양
이금순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함양군지부장

소비주체 여성, 알아야 똑똑하게 소비한다

기업마케팅에서 여성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닌 다수 시장의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은 소비의 90%를 여성이 결정하는 시대다. 소비주체인 여성이 똑똑하게 소비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는 여성·사회·환경·소비자·민간단체로서 가정주부로 하여금 숨겨진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010년 설립된 함양군 소비자연합회는 이금순 회장이 함양지부가 생기면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회원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건물을 소비자연합회 사무실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4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소비자연합회는 고가의 유아용장난감이나 책, 의류를 수집하여 대여하고 나눠주는 소비자센터를 운영하면서 아껴쓰고 나눠쓰며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일을 하고 있다.
이금순 회장은 “아이들은 금방 자라니 교복도 작아서 못 입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교복을 수거해서 깔끔하게 수선하고 세탁하여 필요한 학생들에게 물려준다. 특히 요즘 젊은 주부들은 알뜰하다. 유아용품의 경우도 필요한 시기가 짧기 때문에 젊은 주부들이 대여해 가는 경우가 많은데 물량이 부족해서 오히려 대여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함양군에는 이렇게 대여해 주는 곳이 우리 단체뿐이다”고 전했다.
도시의 경우 장난감도서관을 비롯해 장난감이나 도서대여 센터 등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때마나 필요한 유아용품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함양의 경우 유아인구 수도 적을 뿐 아니라 도시에 비해 수요자가 적기 때문에 이런 센터가 들어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주부들은 알뜰한 소비를 하려다 보니 함양의 유일한 소비자센터인 이곳을 이용한다.
함양군소비자연합회는 소비자권익 보호와 급변하는 소비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자상 재정립을 위해 매년 소비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3회째로 지난 8월에는 ‘우유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위한 우유포럼을 개최했다. 우유포럼에서는 우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시키고 우유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효능에 대해 교육하여 제대로 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금순 회장은 “소비자가 제대로 알아야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잘못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소비자를 위한 교육은 그래서 필요하다. 함양은 시골이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가깝다. 그래서 불매운동 같은 것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것을 안다면 자연스레 그 가게는 발길을 끊을 것이다”며 똑똑한 소비자, 여성의 힘은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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