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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환경미화원 이춘세씨
기분좋은 선물 깨끗한 함양 거리
하회영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14일(월) 10:50
↑↑ 이춘세씨
ⓒ 함양뉴스
겨울철 동트기 전 이불속에 잠든 몸을 한 번에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십분만, 일분만을 되뇌다 보면 지각하기 십상이다.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0년간 새벽을 연 이춘세(57)씨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하루였다. 그가 눈뜨는 새벽시간은 5시30분, 그의 업무는 6시30분부터 시작된다. 지인을 통해 환경미화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험을 친 후 이 직업을 얻게 됐다.

당시 환경미화원은 비정규직으로 보름을 일해야 하루를 쉴 수 있었다. 쓰레기수거차량도 덤프트럭과 흡사해 밑에서 쓰레기를 던져 올리기도, 위에서 쓰레기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 시절 겨울 난방에 필수품이던 연탄, 연탄재를 수거하고 나면 연탄가루가 온 몸을 뒤덮어 눈만 겨우 뜰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지저분한 일을 한다고 사람들이 피했다. 멋모르는 어린 아이들조차 냄새난다며 손으로 코를 막고 지나갔던 시절이다.

“지금은 안그래요, 유치원생이 손 흔들어 주고 달려와서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하며 인사하고 가요. 그런 인사 받을 때가 제일 뿌듯하죠”

↑↑ 환경미화원 이춘세씨
ⓒ 함양뉴스
힘들었던 그 때는 수시로 이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다. 그 시절을 버티며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둘에 아내까지 딸린 식구만 셋인데 열심히 해야 했죠. 난 이 일에 자부심을 느껴요”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자식들 또한 아버지의 일을 떳떳하게 봐 주었다. “아빠가 환경미화원이라고 하면 부끄러워할까봐 걱정을 했더랬지요, 아들 다니는 학교 교문 앞에서 비질을 하는데 아들 녀석이 와서 인사를 하고 가고 아들 친구들도 와서 인사를 하고 가고... 제가 환경미화원인걸 다 알더라구요”

시대가 바뀌어 환경미화원은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기가 높아 채용경쟁률도 치열해졌다. 그렇다고 일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이춘세씨는 현재 함양읍 소속으로 근무한다. 함양읍에는 5명의 환경미화원이 있다. 이들이 하룻동안 소화해야 할 청소구역은 함양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부터 구 한우프라자까지, 상림공원에서 하림공원, 인당 거면까지다. 함양읍민 약1800명,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2000명이 생활하는 방대한 공간이 그들의 일터다. 우리들이 일과를 시작하기 전 환경미화원들은 담배꽁초, 쓰레기, 낙엽, 유흥가 골목에 남긴 취객의 흔적까지 말끔히 치워 놓는다.

“그래도 시민의식이 많이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쓰레기를 불에 태우거나 쓰레기봉투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분리배출함이 설치된 후론 쓰레기도 많이 줄었어요. 가게 앞을 쓸고 있으면 주인이 나와 음료를 주기도 하구요”

↑↑ 이춘세씨.
ⓒ 함양뉴스
이춘세씨는 직장인이 출근하기 전 골목을 깨끗이 치우고 싶어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 학교 앞을 깨끗이 치우고 싶어 했다. 지역민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이게 제 일이니까요. 치우기 힘든 곳도 있고 유달리 지저분한 곳도 있지요. 하지만 새벽에 나와 쓰레기가 쌓인 길을 치우고 뒤돌아 보면 깨끗해져 있는 길이 눈에 들어와요. 그럼 아주 뿌듯하죠.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깨끗한 함양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 이춘세씨.
ⓒ 함양뉴스
직업병인가, 그는 어느 도시를 가든 청결함을 유심히 살핀다고 했다. 상림공원을 비롯해 함양의 관광지를 찾는 외부인이 부쩍 늘었다. 사람이 늘면 쓰레기도 는다. 환경미화원인 그에겐 일이 늘어나는 것이겠지만 관광객에게 비치는 함양의 이미지가 더 신경이 쓰인다. “깨끗한 함양을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이 일을 더 열심히 해야지요”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환경미화원 이춘세씨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아침 등굣길에 삼각김밥을 손에 든 학생들이 많아요. 아침은 꼭 집에서 먹고 왔으면 싶네요”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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