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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부산즉석오뎅 박이제· 이효숙 부부
20년 전통 수제 어묵의 비경은 7대2대1
하회영 기자 / 입력 : 2020년 06월 01일(월) 10:43
↑↑ 부산즉석오뎅 박이제· 이효숙 부부
ⓒ 함양뉴스
어묵을 좋아한다면 ‘부산어묵’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함양에서 어묵을 먹겠다면 ‘부산즉석오뎅’을 찾아가야 한다. 지리산함양시장에서 수제어묵을 21년째 판매했으니 모르는 사람은 없겠으나 시장에 들러 옛 가게를 찾아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오뎅집이 오데로 갔노”

2000년10월12일이 개업일인 ‘부산즉석오뎅’은 21년간 터를 잡고 장사했던 그곳을 떠나 최근 지리산재래시장 안쪽 건어물시장거리로 이전했다. 2일, 7일 장날이 되면 박이제·이효숙 부부가 만드는 즉석어묵을 맛볼 수 있다. “다행이다이, 오뎅집 문 닫은 줄 알았데이”

사실 여러 번 문을 닫을 뻔 하긴 했다. 멋모르고 어묵집을 하겠다고 덤빈 박이제씨는 9년 동안 제대로 된 어묵반죽을 못 만들어 물에 넣으면 풀어헤쳐지는 어묵만 주구장창 만들어댔다. “10년 만에 우리 가게에 온 손님이 있었어. 개업할 당시 처음 어묵을 사갔는데 맛이 있나, 당연히 맛이 없지. 그래서 발을 뚝 끊고 한 번도 안왔다네. 근데 10년 만에 우리집 어묵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다시 왔다는 거야. 내가 맛보고 사가라고 했지. 먹어보고 ‘그래 이게 어묵이지’하면서 사갔어. 공짜로 다 주고 싶을만큼 기분 좋은 순간이었지”

↑↑ 부산즉석오뎅 박이제씨
ⓒ 함양뉴스
9년 동안 반죽을 망쳤으니 장사도 힘들었다. 반죽이 안 돼 버린 재료도 헤아릴 수 없고 돈이며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시도하다 박이제씨는 9년 만에 어묵반죽을 성공했다. 전국의 유일한 맛 ‘부산즉석오뎅’이 탄생한 순간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래서 내가 함양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 그때도 내 어묵을 사줬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삼천포가 고향인 그는 원래 재봉틀을 수리하는 기술자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미싱을 수리하고 중국에도 진출했지만 IMF가 터지면서 투자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왔다. 힘든 시기에 “지리산에 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며 지인이 소개해준 일을 하기 위해 발을 디딘 곳이 함양이다. 우연히 들른 시장에서 점포세가 붙은 가계가 눈에 들어 왔다. 박이제씨는 그 순간 밀양에서 줄을 서서 먹던 어묵이 떠올라 이곳에서 어묵을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부산즉석오뎅 박이제씨
ⓒ 함양뉴스
대부분 공장에서 어묵반죽을 받아오지만 박이제씨는 직접 했다.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공장반죽을 쓸 수는 없었다. 어깨너머로 보고 들은 말로 시작은 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왜 내 어묵은 탱글탱글하지도 않고 찰기 없이 퍼지는걸까’ 누군가는 면강화제 첨가물을 넣으면 된다고 했지만 ‘이걸 넣고 어묵 팔아서 내가 잘 살 수 있겠나’ 싶어 포기했다. 첨가물 없이 반죽을 성공한 것은 박이제씨가 좋은 생선재료를 써야한다는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공장에서 쓰는 싸구려 생선으로 반죽을 했으니 탄력없는 어묵이 나왔다. 지금은 직접 테스트도 하고 다른 어묵집 재료와 비교하고 조언도 듣고 샘플을 확인한 후 생선재료를 선택한다. 그런 노하우로 박이제씨 어묵은 밀가루가 적게 들어간 신선하고 맛있는 수제어묵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 박이제· 이효숙 부부
ⓒ 함양뉴스
“내가 먹고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물건은 정확히 만든다. 생선, 밀가루, 야채만으로 어묵을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나의 철칙이다” 어묵을 만드는 날은 새벽5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반죽을 시작하는 시각이다. 20년을 빠짐없이 반죽을 해 오지만 기름솥에 들어간 어묵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때깔이 좋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반죽은 한 순간만 놓쳐도 제 맛을 내지 못한다. 매일아침 박이제씨의 기분은 어묵반죽에서 시작된다.

↑↑ 부산즉석오뎅
ⓒ 함양뉴스
박이제씨의 어묵은 착한가격이다. 단돈 1천원이면 핫바를 살 수 있다. “내가 반죽을 하니까 원가에서 남는 걸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 뿐이야” 핫바에 들어가는 떡도 꼭 함양에 있는 떡집에서 맞춘다.

30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박이제씨는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퇴원하면 봉사단체를 만들어 억울한 사람을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지금은 어묵을 팔고 있지만 그는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산다. “사람이 사람다운 짓을 해야 사람이지. 내가 함양 와서 사람됐어. 독불장군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아. 더불어 사는 거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주변을 돌아보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장날이 열리면 함양재래시장을 찾아가자. 가게 안에서 ‘함양산’ 즉석어묵을 만드는 박이제씨와 가게 밖에서 어묵을 파는 이효숙씨 부부를 본 당신은 지금 지갑을 열고 있을 것이다.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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