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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영숙이네 족발집 정영찬·김미숙 부부
나누면서 사는 지금이 최고의 순간
하회영 기자 / 입력 : 2020년 04월 06일(월) 09:59
↑↑ 영숙이네 족발집 정영찬·김미숙 부부
ⓒ 함양뉴스
소문난 맛집이나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음식의 대가에겐 ‘씨간장’이 있기 마련이다. 윗대로부터 대불림해서 내려오는 맛의 비결을 유지해 주는 힘이 바로 ‘씨간장’인데 족발집에 ‘씨간장’같은 ‘씨종물(씨족물)’이 있다면 황금레시피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함양에도 평생 족발집을 경영하셨던 어머니가 남긴 ‘씨종물’로 가게를 차린 곳이 있다. 40여년 맛을 이어온 어머니의 씨종물로 족발을 삶는 ‘영숙이네 족발집’. 가게는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족발집은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아내는 요리를 하고 남편은 손님 응대나 서빙을 맡았다. 영숙이네 족발집엔 영숙이는 없었고 정영찬(67)·김미숙(61) 부부만 있다. 부부의 이름 한자씩을 따서 가게 이름이 탄생했다.

부산이 고향인 부부는 2016년 함양으로 귀촌했다. 시골에서 살아보는 게 로망이던 아내를 위해 남편은 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귀촌을 준비했다. 거제, 통영, 사천, 고성, 하동... 안 가본 곳 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함양에 오게 되고 길에서 만난 사람이 권해준 백전을 가게 됐다. 초여름께 백전면은 입구부터 아름답다. 그 모습에 반한 부부는 함양을 제2의 고향으로 정했다.

정영찬씨는 “처음 1년여는 아무것도 안하고 무위도식했죠. 그렇게 놀다보면 술친구가 생겨요. 눈만 뜨면 오늘은 뭐하고 놀까, 어디를 가볼까 하며 지냈는데 새벽부터 눈 뜨면 일하러 가시는 동네 할머니 뵙기가 미안해서 마냥 놀 수 없었죠” 외동딸도 결혼을 했고 부부가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노후걱정은 없었다. 그래도 그때 당장 가게를 차린 것은 아니다.

↑↑ 영숙이네 족발
ⓒ 함양뉴스
영숙이네 족발집이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상림토요장터’가 한 몫 했다. 집에서 족발을 삶아 술안주로 내 놓으면 너도나도 맛있다고 엄지척을 건네고 팔아도 되겠다며 부추긴 지인들의 말에 플리마켓에서 족발을 팔았다.

“사람들이 제 족발을 사 가는 거 있죠, 너무 신기했어요. 내가 만든 게 돈이 된다니...” 처음으로 장사를 하고 그 맛을 알게 된 김미숙씨는 흥분된 목소리로 그때를 회상했다.

몸이 불편해 장사를 접으셨던 장모님이 사위를 위해 집에서 삶아 준 족발 맛을 기억하는 영찬씨, 어머니가 냉동고에 보관했던 씨종물을 이유도 없이 지금까지 간직해 온 미숙씨, 부부는 함께 일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드디어 찾게 됐다. “엄마가 족발 삶은 물을 애지중지하시며 애착을 갖고 아끼셨던 걸 알아요. 그래서인지 어머니 유품을 모두 정리했어도 그 씨종물은 버릴 수 없어서 함양 올 때도 가져왔죠”

↑↑ 영숙이네 족발집
ⓒ 함양뉴스
족발은 야식이다. 하지만 야식의 진리를 거역하고 영숙이네는 2시부터 9시까지만 영업한다. 일요일도 쉰다. 생초, 인월, 아영 등 장거리 손님은 미리 전화를 해 두거나 차편으로 배달요청을 한다. 너무 늦게 오면 족발이 떨어지기 일쑤니 경험자들은 예약을 해 놓는다.

처음에는 하루 팔 족발 양을 가늠을 못했다. 김미숙씨는 “족발이란 게 삶아서 냉장고 들어가면 맛이 없고 내일 팔수도 없어요. 지금은 그동안의 통계치로 요일별 족발 양을 달리해서 삶아요”
그래도 꼭 맞출 수가 없어서 남으면 파출소며 소방서에 드린다. 그랬더니 그분들이 단골이 되었다. 나눠주는 기쁨을 알게 되고 찾아주는 손님에게 고마웠던 부부는 하루 1만원씩 모아 환원하자고 맘 먹었다. 개업 후 3년간 모은 돈을 올해 1월 기부하게 됐다. 너무 적은 금액을 기부해 부끄럽다는 정영찬씨는 “기부하고 우리 부부가 받은 이자가 몇 곱은 되는 것 같아요. 읍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죠. 그건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으로 이자가 붙어서 우리에게 돌아오더군요”

↑↑ 영숙이네 족발집
ⓒ 함양뉴스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는 부부는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 이 가게도 “최고의 순간, 가장 젊은 지금처럼 잘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어제 핀 꽃이 오늘 핀 꽃과 다르듯 영숙이네 꽃은 오늘 제일 예쁘다.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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