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19-04-24 오후 05:29: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지리산인
311- 태양탕 이경문·정봉순 부부
미안하고 고마운 반백년 금실 “살아 있는 것만도 감사할 일”
정세윤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15일(월) 10:57
ⓒ 주간함양
“방앗간도 18년을 했고, 목욕탕도 30년을 했으니 돈은 많이 벌었지. 다 모았으면 부자 됐을 건데 엉뚱한데 다 보태주고 모은 게 없어.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으니 감사할 일이지...”

함양읍 용평5길 지리산함양시장 제2주차장 옆 태양탕 안주인 정봉순(77) 씨는 몇 차례나 큰 수술을 받은 남편(이경문·79)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함양읍 구룡에서 태어난 정 씨는 21살 되던 해에 두 살 위인 함양읍 죽장마을 총각과 중매로 결혼했다. 남편은 2남4녀의 맏이다. 결혼 후 죽장마을에서 시댁식구들과 한집살림을 했다.

↑↑ 정봉순씨
ⓒ 주간함양
정 씨는 “결혼 후 시댁살림을 맡아 했는데 막내 시누이는 이제 갓 돌이지난 두 살배기였고, 남편 바로아래 동생이 열여덟이었다”며 “살면서 맏며느리 값을 톡톡히 치렀다”고 했다. 자식들이 태어나면서 열두 식구가 한집에 북적거리면서 살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그 많은 식구들의 수발을 다 들었으니 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농사를 지으며 대가족의 가장 노릇을 하던 남편의 건강이 나빠졌다. 힘든 일을 하지 않으면 남편의 건강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읍내로 이사를 결심했다. 남편은 당장 농사를 그만두면 식구들의 생계가 막막했기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선뜻 이사를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남편을 설득하고 졸라 읍내에 방앗간을 마련해 이사했다. 정 씨는 “함양에 오래 산 사람들은 다 알 건데 저쪽 강가에 있던 ‘한밭정미소’가 우리 방앗간이었다”며 두루침교 아래 위천쪽을 가리켰다.

쌀가마니를 나르고 먼지를 뒤집어써야 하는 방앗간 일도 녹록지 않았다. 18년 동안 정미소를 운영하다 현재 태양탕 자리에 목욕탕을 신축했다. 1989년이다. 올해로 꼬박 30년이 됐다. 이들 부부가 방앗간을 정리하고 목욕업을 시작한 것도 남편의 건강 때문이었다.

이들 부부는 “목욕탕 일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다른 일에 비해 막노동 하는 것은 아니어서 수월했다”며 목욕탕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한다.

↑↑ 이경문씨
ⓒ 주간함양
이 씨는 “우리가 목욕탕을 개업했을 때 함양읍에 목욕탕이 8개 있었고 태양탕까지 아홉 개가 됐는데 다들 손님이 많았다”면서 “10여년 전 대형 목욕탕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골고루 장사가 잘됐다”고 했다.

“대형 목욕탕이 들어오고 난뒤 몇 년간은 빗자루로 쓴 듯이 손님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몇해 전부터 손님들이 점차 옛날 목욕탕으로 돌아오기 시작해 겨우 밥벌이는 하고 산다”고 했다.

요즘은 하루 100명 안팎의 손님들이 태양탕을 찾는다. 목욕요금은 수년째 4000원이다. 요금을 올리면 오던 손님도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돈에 대한 욕심도 없다고 했다. “이제 나이도 있고 힘도 부친다”며 “누가 인수할 사람이 있으면 넘겨주고 싶다”고 속내를 비친다.
“벌이도 시원찮은데 누가 인수하겠냐”고 하자 “젊은 사람이 요즘 흐름에 맞게 새롭게 운영하면 충분히 할만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가족의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신경성에서 이어진 질환으로 대장과 소장 등 여러 차례 장기 절제술을 받았다. 귀까지 이상이 생겨 청각수술도 했다. “큰 수술만 다섯 번을 했는지 여섯 번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고 할 정도로 자주 병원신세를 졌다. 정 씨는 “남편이 병원에 보태준 돈만해도 엄청나다”며 “병원에만 보태 주었으면 다행이지만 몸이 허약해지니 마음마저 심약해져 한때 사이비 종교에 빠져 헛돈도 많이 버렸다”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던 이 씨는 “뭐 그런 이야기까지 하냐”며 멋쩍어 하면서도 “봉사했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아내도 “이래저래 모은 돈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편이 살아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며 남편에 대한 타박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건강을 되찾은 남편도 “그동안 고생만 많이 시켜 미안하고 고맙다”며 두 평이 채 못 되는 태양탕 카운터를 나란히 지키며 반백년이 넘는 금실을 자랑한다.
정세윤 기자  
- Copyrights ⓒ주간함양.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92,306
오늘 방문자 수 : 16,707
총 방문자 수 : 148,608,170
명칭 : 인터넷신문 / 제호 : 주간함양 / 사업자등록번호 : 432-48-00077 / 주소: 50040 경남 함양군 함양읍 고운로 60-1, 3층
발행인.대표이사 최경인 / mail: news-hy@hanmail.net / Tel: 055)963-4211 / Fax : 055)963-4666
정기간행물 : 경남,아00224 / 등록,발행연월일:2013. 5.9 / 편집인 : 하회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세윤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