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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삼교상회 한분임씨
‘문패 없는 주막’ 군민과 33년 애환, 돌북교 재가설로 폐업 앞둬 ‘아쉬움’
정세윤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21일(월) 10:36
ⓒ 주간함양
“팔십까지만 하고 그만할까 생각했는데 돌북교 재가설로 이 일대가 수용돼 가게를 더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 단골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오래오래 장사하라는 데 나이도 있고 몸도 예전 같지가 않다. 이제 쉬어야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다시 하겠노.”

돌북교 인근 ‘족발집 이모’로 통하는 한분임(79) 씨의 말이다. “함양군에서 철거를 시작하면 가게를 비워 줘야 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장사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나보다 단골손님들이 더 많이 아쉬워한다”고 했다.

한 씨의 가게는 돌북교 회전교차로 인근 함양읍 함양남서로 1213번지에 있다. 상호는 삼교상회다. 함양제3교인 돌북교가 바로 옆에 있어 붙인 이름이다.

30여년 동안 한자리에서 가게를 하고 있지만 단골들조차도 삼교상회라는 상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처음부터 간판도 없이 장사를 시작해 여태 간판이 없다. 하지만 술 좀 즐긴다는 함양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숨은 맛집이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니 숨은 맛집이라는 수식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문패도 간판도 없고 구멍가게를 통해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구조여서 숨은 맛집이라는 말이 영 틀린 말도 아니다.

그가 이곳에서 구멍가게(점방)와 함께 음식 장사를 한지 올해로 만33년이 됐다.

이곳 상백마을에서 태어난 한 씨는 결혼 후 남편과 도회지 생활을 했다. 그의 나이 마흔일곱에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동생이 형부를 잃고 실의에 빠진 언니를 고향으로 불렀다. 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집 한쪽을 내주었다. 난생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 주간함양
담배포를 포함한 점방은 서너평 남짓하다. 작은 가게지만 과자류와 음료, 면장갑 등 잡화류까지 제법 가지 수를 갖추고 있다. 점방 맞은편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열 평쯤 되는 숨은 맛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공사장 인부들이 주로 이용했던 밥집으로 음식장사를 시작, 14년 동안 식당을 했다. 그러다 술과 술안주를 파는 선술집으로 전업해 애주가들과 20년 세월을 함께하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쉼터가 됐다.

삼교상회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입소문이나 다른 지역 손님도 제법 많다고 한다.

그는 10여년 전 무릎 수술을 했다. 3년 전에는 허리수술까지 해 오랜 시간 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전에는 새벽 6시 반에 가게를 열어 밤 11시까지 영업을 했다. 하지만 허리 수술 후에는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 “일찍 문을 닫다 보니 단골들도 많이 돌려보내 미안하다”는 한 씨. “가게가 철거되기 전까지 하루라도 더 장사 하는 게 그동안 찾아준 단골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도리”라며 오늘도 어김없이 문을 열었다.

ⓒ 주간함양
한 씨의 손맛은 한때 체인점 문의가 쇄도했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삼교상회 대표 안주는 족발과 두부조림이다. 김치찌개, 돼지껍데기와 닭발, 제육볶음도 인기다. 가격은 5000원부터 1만2000원으로 저렴하지만 양은 푸짐하다. 함양산 흑돼지로 만드는 족발의 쫄깃함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법을 물었다. “특별한 게 없다”고 한다. “한약재나 다른 것을 넣는 건 없느냐?”고 다시 물었다. “전혀 없다”고 한다. “잡냄새를 잡기 위해 넣는 것도 없냐?”고 또 물었다. 그것도 없다고 한다. 비법을 감추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오로지 물엿과 간장만으로 맛을 낸다”고 했다. 그런데 돼지 특유의 냄새도, 잡냄새도 없다. 간장과 물엿만으로 족발 고유의 맛을 내는 모양이다. 이것저것 넣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법이라면 비법인 셈이다. 어쨌든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은 일미다. 두부조림 역시 엄지척이다.

문패도 간판도 없지만 30여년 군민들과 함께해온 삼교상회가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추억에 잠기기 전에 서둘러 삼교상회를 찾아보는 것도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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