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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고 계신가요
김요한 학생기자(함양고등학교 3학년)
주간함양 기자 / news-hy@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4일(월) 13:58
↑↑ 김요한
ⓒ 주간함양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 어린왕자 中

얼마 전 대입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겪은 일화가 하나 있다. 학교 자습실에 남아 면접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와중에 나이가 꽤 들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대뜸 어떤 공부 하는지 물어보시던 할아버지는 내가 면접 준비한다고 말씀드리니 고작 면접을 준비할 필요가 뭐가 있냐며 의아해하셨다.

내신(필기시험)이 마무리되고 곧 치르게 될 면접에 온 신경을 몰두하고 있던 나였기에 순간 ‘고작 면접’이란 말이 내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그냥요ㅎㅎ”라고 말끝을 흐린 내 대답에 할아버지도 언짢으셨는지 발길을 돌리시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짧게 이것저것 여쭈시더니 이내 교실을 나가셨다. 좀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께서 분명 얄궂은 의도를 가지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과거 면접은 서류전형을 붙으면 거의 다 통과하는 가볍고 형식적인 절차였던 만큼(물론 지금의 입시면접의 형식은 과거와는 달리 심층적이고 까다로워져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할아버지 입장에선 오히려 내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유난떠는 학생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와 내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흔히 타인을 무례하게 대하는 기성세대를 우린 시쳇말로 ‘꼰대’라고 부르곤 한다. 그렇다고 일정 나이 이상부터 꼰대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반대로 마냥 젊다고 해서 꼰대 소리를 들을 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주로 시대가 흐르고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면서 나이가 가지는 권위는 줄어들지만 평생에 걸쳐 쌓아온 가치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타인의 합리적인 의견을 배척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견지하는 사람이 꼰대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확증 편향’이다. 확증편향은 생소한 단어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성’이 확증편향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취한다는 것인데 가령,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조중동을 읽으려 하지 않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한경오를 신문취급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확증편향’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누구나가 휩쓸릴 수 있지만 자칫 꼰대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름길에 빠지게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종전의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정치, 경제, 문화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으며 수많은 뉴스와 정보가 생산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파도 속에서 어떤 정보가 사실이고 우리에게 유익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유익한 정보를 나 또는 내가 속한 집단의 가치관에만 빗대어 판단하게 되면 그건 올바른 판단을 배격하고 확증편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골라서 취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 순간에도 미디어 플랫폼에서의 정보 편향은 우리에게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굳건한 벽을 형성하고 있고 그 사이 단절된 공간 속에서 ‘꼰대’와 같은 기성세대를 폄하하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대, 색깔, 진영 논리에 따라 상대를 판단하지 말자. 세대 간 벽을 허물고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상대 또는 집단의 의견도 잘 듣고 경청해보자. 정 맘에 안 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그만 아닌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연륜과 관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듯이 기성세대 또한 젊은 세대로부터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가치관을 재생산하며 긍정적인 변화에 편승하게 될 때 ‘꼰대’라는 단어 역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주간함양 기자  news-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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