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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218> 입춘(立春)엔 오신반(五辛飯) 아니라도 움파무침 한 접시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주간함양 기자 / news-hy@hanmail.net입력 : 2015년 02월 02일(월) 11:00

↑↑ 대파무침
ⓒ 주간함양
↑↑ 고은정 교수
ⓒ 주간함양
춥다고 눈 온다고 겨울을 탓하며 지내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입춘이 벌써 코앞이다. 벌써 봄인가 하여 그런지 앞산엔 아직 눈이 하얗고 영하의 날씨지만 주변 산책에 추운지도 모르겠다. 아닌 게 아니라 바구니 들고 들로 나물 캐러 나가고 싶은 마음까지 드니 아직 철이 덜 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물은 아직 멀었고 예전엔 입춘에 매운맛을 가진 다섯 가지 채소를 먹으면 건강을 기원했다고 하니 나도 흉내 한 번 내볼까 하였으나 이내 포기하려다 마당 한 쪽에 심겨진 대파들에 눈이 간다. 진도에서 올라온 대파 한 박스를 김장하고 남겨 묻어두고 겨우내 먹고 있던 것이다.

대파는 음식을 할 때 주재료로 쓰이지 않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마치 약방에 감초가 있듯이 주방엔 대파가 있는 것 같다. 오래된 의서에 보면 파의 이름을 채백(菜伯)이라 한 것을 보면 음식을 할 때 가장 꼽는 양념의 맏이 역할을 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도 같다.

대파의 매운맛인 황화알릴 성분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익으면 매운맛이 단맛으로 변하는데 설탕의 50배의 단맛을 낸다고 하니 음식에 자연스러운 단맛을 줄 수 있어 요리에 응용하면 좋다. 대파는 모든 음식에 감초처럼 들어가서 그 음식들과 잘 어울리며 감칠맛으로 음식의 맛을 배가시킨다.

중국에서는 만리장성 쌓을 때 인부들이 지치지 않도록 대파를 꾸준히 먹였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현장에서도 인부들에게 대파를 먹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파는 몸 안의 풍한(風寒)을 체외로 내보내고 기(氣)를 잘 통하게 한다. 폐뿐 아니라 심장과 위장의 기능을 강하게 하고 항균작용, 해독작용을 한다. 특히 총백(蔥白)이라고 불리는 파의 뿌리는 풍한으로 인한 감기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게 하여 오한발열(惡寒發熱)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준다. 복부냉통이나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으며 피부가 헐거나 종기에 짓찧어 외용약으로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대파의 그런 효과가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 공사장의 인부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다. 대파의 또 다른 효능엔 우울증을 개선하고 신경을 안정시키고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니 아무 생각 없이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 여겨진다.

대파는 깨끗하게 씻어 뚝뚝 잘라 그냥 구워도 맛나다. 기름에 볶는 음식을 할 때 미리 대파를 넣고 기름에 향을 입힌 다음 조리를 하면 음식에서 달달한 파의 맛과 향이 느껴져 음식은 품격이 한층 올라간다. 무국을 끓일 때도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나물을 무칠 때도 언제나 마지막 마무리를 대파로 해야 음식은 비로소 완성이 된다. 고기를 구울 때 대파도 같이 구워도 좋지만 새콤하게 대파를 무쳐 곁들이면 고기의 기름진 맛이 한결 덜 느끼하며 소화도 잘 되니 일석이조다. 다듬고 남은 파뿌리는 잘 씻어두었다가 국물요리의 국물을 내는데 쓰면 된다.

대파에서 움이 올라오는 때다. 움이 올라올 때의 대파는 더 달고 감칠맛 난다. 오래 전 행세 꽤나 한다는 집에선 입춘에 소고기와 함께 산적을 구워먹었다고 하지만 이 산골에서 소고기까지 찾아먹기는 좀 그렇다. 궁리 끝에 대파를 황태포와 함께 새콤하고 달콤하게 무쳐 먹는다. 봄이 오는 진도의 어느 밭에서 뽑아다 해먹는 것만 할까마는 대파와 황태가 겨우내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몰아내고 오는 봄을 더 건강히 나게 할 것이다. 생대파의 매운맛이 거슬리면 들기름을 두르고 아주 살짝만 볶으면 생대파의 매운맛이 감칠맛이 되어 입안을 감돌 것이다.

주간함양 기자  news-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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