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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숨은 영웅 민병근·황영숙씨
좋은 이웃이 곁에 있어 따뜻한 함양
곽영군 기자 / 입력 : 2022년 01월 10일(월) 10:44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유난히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이 많은 한해였다. 그러나 용기 있고 따뜻한 이웃들이 우리 곁에 있어 마음의 거리는 한층 가깝게 좁혀지는 한해이기도 했다.
연말 코로나19여파로 얼어붙은 군민들의 마음을 녹게 하는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주택창고 화재현장에서 노부부를 구한 민병근씨와 성민보육원에 100만원을 기부한 황영숙씨가 그 주인공이다. 추운 겨울 이들의 선행은 함양군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하고 있다.

↑↑ 화재현장에서 노부부를 구한 민병근씨.
ⓒ 함양뉴스
화재현장에서 인명피해 막은 민병근씨


함양군 수동면 구라마을에서 지난 12월24일 밤10시 주택창고 화재가 발생했다. 화목보일러에서 첫 발화가 추정되는 이번 화재는 재산 피해 3억 원으로 주택 30㎡ 및 차량 1대를 소실시킨 뒤 진화되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 당시 창고 옆 주택에는 노부부가 화재 사실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때마침 인근을 지나던 민병근(39)씨가 화재 현장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또한 그는 신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 잠들어 있던 노부부를 깨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를 민병근씨의 용기로 막은 셈이다.

민병근씨는 이번 화재에 대해 “거창에서 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화재가 난 것을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며 “집 안에 불빛이 보여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어 직접 안으로 들어갔다”고 당시 다급한 상황을 설명했다.

민씨는 119신고 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다행히 창문이 열려있어 창문을 이용해 집안으로 들어가 잠들어 있던 노부부를 깨워 구조할 수 있었다.

이번 선행에 대해 민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제가 아닌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랬을 것”이라며 선행이란 단어에 손사래를 치며 겸손해 했다.

↑↑ 기부로 행복을 찾은 황영숙씨.
ⓒ 함양뉴스
“마약보다 중독 강한 기부” 황영숙씨


지난 12월 함양군 인당마을 성민보육원에 100만원의 기부금이 전달됐다. 기부자는 기초생활수급자 황영숙(59세)씨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생활비 일부를 저축하여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황영숙씨는 “마약보다 더 중독이 강한 것은 기부”라며 기부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젊은 날 마음의 병을 앓았다. 어쩌면 남에게 기부하며 지내는 것이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일지 모른다”면서 젊은 날을 회상했다.

황영숙씨는 20대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희망했지만 인생은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염원하던 소중한 생명은 끝내 황영숙씨를 찾아오지 않았다. “옛날에는 농사만큼 자식 농사도 중요했다. 아이를 가지지 못하니 갈등만 계속됐다” 결국 남편과 이별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황영숙씨. 거리를 전전하며 안 해본 일이 없었고 여자 혼자 생활하니 좋지 못한 소문도 나돌았다.

그 무렵 황영숙씨에게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차라리 세상을 떠나면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차례 목숨을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때마다 눈이 떠졌다.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해 마지막으로 염산을 먹었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또 다시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황영숙씨의 마지막 세상과의 이별 시도는 막을 내렸다.

그 소동이 있은 후 황영숙씨의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봉사활동과 기부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특별한 것도 없었다. 근처 보육원, 요양원 등을 방문해 봉사하면서 침대, 옷장 곳곳에 조금씩 돈을 넣어 놓고 왔다. 누군가 그녀의 선행을 알아주지 못해도 상관없었다고 한다.

작은 기부지만 이미 황영숙씨의 마음은 충분히 행복했다. “부자면 뭐해요? 10억, 100억 가지고 있으면 뭐해요? 쓸 줄 모르는데. 기부 한번 해봐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황영숙씨는 아마 남은 평생을 기부하며 지낼 것이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내 인생 돌이켜보면 물론 좋은 날도 있었고, 행복한 날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슴이 벅찼던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평생을 기부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기부라는 중독성 강한 마약에 황영숙씨는 푹 빠져 있다. 
곽영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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